KASHA
카테고리
작성일
2021. 10. 24. 17:55
작성자
김카샤

설국 : 이미 죽어버린 당신에게

w. 최믹하 https://mika1002.tistory.com/12

KPC. 이태백

PC. 우다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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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느 조용하고 편안한 기차 안에 앉아있습니다.
 
어제 눈이라도 내린 것인지, 창밖의 새상은 온통 새하얗게 물들어 있습니다.
 
설국이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요.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새하얗게 물든 산과 들,
 
야트막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당신은 고요하다는 표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정갈하고 고요한 겨울 풍경이군요.
 
당신이 앉은 객실은 특실인 것 같습니다.
 
좌석은 넓고, 좌석과 좌석 사이의 거리도 제법 확보되어 있습니다.
 
의자를 뒤로 젖힌다든지, 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좌석을 차게 된다는지 하는 문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네요.
 
잘 밀폐된 객실이라 그런지, 기차 특유의 소음은 적습니다.
 
어쩐지 잠이 오는 것 같은 진동과 귀마개가 필요 없는 약한 소음 정도입니다.
 
기차 내부는 세련되고 세심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기차 안에는 불필요한 물건은 없고, 그저 당신의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물건들만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기차 내부가 우아한 만큼 주 조명조차 간접조명 형식이라 그런지 기차 안은 약간 어둡습니다.
 
아니, 창 밖이 환한 것일지도요.
 
이런 상황은 당신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가요?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우다겸:…… (멍하니 창 밖을 구경하듯 내다보고 있다.)
몇 시쯤이지, 지금…… (시계 찾아 두리번)
 
지금 시간은....
 
이런. 워낙 어두워서 정확히 보이지가 않아요.
 
우다겸:(가늘게 뜬 눈으로 칸 안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훑어본다. 가까운 자리에 누가 있는지도.)
 
특실처럼 보이는 객차입니다.
 
50석에서 60석 사이로 보이는 죄석에는 1/3 정도의 사람들만 타고 있습니다.
 
일부는 일행과 탔는지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나누고 있고,
 
어떤 사람은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혀 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기차가 철교를 건너는 동안 얼어붙은 강 위로 펼쳐진 새하얀 설원에 이따금씩 마른 갈대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습니다.
 
조용히 바라볼 만한 풍경이네요.
 
우다겸:(의자 등받이에 등을 편히 기대고 유리창을 손가락으로 뽀득뽀득 문지른다.) …조용하네.
(근데 내가 왜… 여기에 타고 있었지?)
(이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거지.)
 
아마 지금 당신은...
 
당신의 이름이나 다른 기억들은 그럭저럭 떠오르지만 지금 여기 왜 있는지,
 
어쩌다 여기 탄 것인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걸 굳이 왜 떠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술을 아주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 같은 흐리멍텅한 정신입니다.
 
우다겸:(차가워진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린다. 매점칸이 있으려나… 몸을 일으킨다.)
 
당신이 몸을 일으키면,
 
창가쪽 자리에서 설국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창밖이 환해서, 혹은 기차 안이 어두워서 얼굴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는 없습니다.
 
뭐,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얼굴을 알아봐서 무슨 상관인가요.
 
하지만 그는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상대:안녕하세요, 풍경이 참 좋죠?
 
우다겸:아…… (약간의 경계하는 얼굴을 하면서도, 꾸벅 고개를 숙인다.) 예. 예쁘네요….
 
상대:기차도 좋아보이구요. 이렇게 좋은 기차는 처음 타 봐요.
괜찮으시면 옆에 앉아도 될까요?
 
우다겸:(이 넓은 기차를 두고 굳이 옆에……? 싶다가도, 뭐, 상관없나 싶다.)
네, 그러세요, 뭐……. (떨떠름한 얼굴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고마워요. 다들 자기 할 일이 바쁜것 같아서요.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는데, 대화 하면서 가면 좋잖아요.
 
우다겸:아. 그쪽도…어디가는지 모, 르세요…?
 
상대:뭐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요?
 
상대와 당신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저 멀리 앞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것저것이 섞인 좋은 냄새가 납니다.
 
냄새의 진원지는 잘 디자인 된 철제 카트를 끌고 있는 진한 남색 제복 차림의 승무원입니다.
 
승무원은 나직하게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는 뭔가를 카트에서 꺼내주고 있습니다.
 
옆에서 상대가 약간 신난 표정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상대:아, 음료나 간식같은걸 주나봐요.
 
우다겸:네에….
 
상대:이 열차는 서비스가 좋다더니, 기대되네요.
 
우다겸:파는 게 아니라…?
(힐끔 봄)
 
상대:마침 출출했는데 잘 됐어요.
 
우다겸:(말이 많은 사람이네……)
 
상대:글쎄요? 앞에서 돈은 안 내는것 같은데?
 
이윽고 승무원은 당신 앞까지 다가옵니다.
 
승무원:저희 열차는 특실 고객 여러분들을 위해 최상의 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음료나 스낵이 준비되어 있는데, 혹시 필요하신 것 있으신가요?
메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다겸:(비행기 같네…)
아, 메뉴가…많진 않네요……… (가만히 보다가)
 
상대:음...... 나는 뭘로 할까...
 
우다겸:저, 저는, 파르페… 로.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으니.)
 
상대:아, 그럼 저도 저 사람이랑 같은걸로요.
 
승무원이 카트에서 꺼내주는 스낵은 잘 포장되어 있지만,
 
뜯어보면 대충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딱 보기에도 풍성하면서도 깔끔한 만듬새와 좋은 향기,
 
전반적인 색감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한 입 먹어보면 정갈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이 혀 위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갑니다.
 
???:어때요? 맛있죠?
 
우다겸:(눈 꿈뻑) 네에……맛있네요.
? (소리난 쪽을 돌아본다.)
 
음식을 먹고있자니, 차가운 혀와 반대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집니다.
 
지금의 멍한 상태에 대해 불쾌하거나 의심이 들지 않습니다.
 
아마, 한동안은요.
 
상대:맛있죠?
그러고보니까 생각나네요. 이 석류알.
그리스 로마신화 읽어본적 있어요?
 
우다겸:아… 어릴때요. 초등학생때인가. (기억을 더듬는 듯 코끝이 살짝 찌푸려진다.)
 
상대:거기서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끌려갔다가, 하데스에게 받은 석류를 네알 먹었대요.
데메테르는 대지의 여신인데, 딸이 끌려간 상심으로 대지를 돌보지 않아서 겨울이 찾아왔대요.
원래는 저승의 음식을 먹은 사람은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수 없다고 하는데, 석류 네알만 먹었기 때문에 일년중 네달만 저승에서 보낸다고 해요.
그래서 일년중 네달이 겨울인거래요.
재밌죠?
............
 
상대:(재미없었나..?)
 
우다겸:아………. (얼핏 그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이걸 굳이 지금 이야기 하는 이유가? 싶어 빤히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어… (어떻게든 대꾸할 말을 찾아본다.) 지금은, 그럼… 페르세포네가 땅 속에 있는, 시기인가, 보네요….
 
상대:(이쪽 역시 당신의 반응에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환하게 웃었다.)
그런거겠죠?
 
당신과 상대가 스낵을 다 먹어갈때쯤,
 
우다겸:네에…. (짭짭)
 
갑자기 뒷 자리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납니다.
 
우다겸:(깜짝)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어떤 사람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벌떡 일어서 있습니다.
 
우다겸:(손으로 가슴께를 꾹 눌러본다.) 뭐 뭐 뭐죠….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어깨를 들썩이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잠깐, 진정하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에요...
 
우다겸:……? (눈알이 바쁘게 굴러간다. 무슨 일이람…)
 
???:시끄러워!!!
 
격분한 사람은 부들부들 떨면서 외칩니다.
 
우다겸:(왐마야…)
 
목소리만 들어도 격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엎어진 물과 채 다 먹지 못한 스낵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격분한 사람이 일어설 때 엎어버린 것 같습니다.
 
우다겸:(눈치… 옆에 사람을 쳐다본다.) …무슨 일일까요…
 
상대:헉..... 저 사람 좀 봐요...
왜 저러는거지..?
 
우다겸:승무원은, 왜, 안 말리는 거지…… (눈치)
 
상대는 당신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속삭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격분한 사람은 희번뜩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쪽 자리의 두 명을 발견한 겁니다.
 
가장 가깝게 앉아 있었으니, 운이 나빴네요.
 
우다겸:(히이익)
 
???:나는... 나는 인정할 수 없어... 없다고!!!
 
격분한 사람은 성큼성큼,
 
혼란스럽고 격정적인 발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당장 당신들에게 손을 올릴 수도, 혹은 윽박지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아니,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언제나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분노를 가라앉히거나,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분노를 가라앉히거나,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우다겸:(도망, 도망치면 안되나…??)
(나설 생각은 없는지 옆에 앉아 있던 사람 뒤로 약간 몸을 숨긴다.)…어떻게 좀, 해, 해보세요…. 이쪽으로 오잖아요…….
 
어라,
 
그래도,
 
대화를 시도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것 같아요.
 
침착하게 머리를 굴려보면...
 
우다겸:(………)
 
무언가 방법이 있을것도 같아요.
 
우다겸:(어떡하지………)
(한숨을 푹 내쉬고 다가오는 사람을 보며) 무, 무슨… 일이신데 이쪽으로…? (말을 걸어본다. 목소리가 호달달 떨린다.)
 
???:당신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이게, 우리가, 그게,
 
다겸, 심리학 판정.
 
우다겸:
심리학 Roll
기준치: 20/10/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뭐, 뭘 말씀하시는건지……
 
상대:말을 좀 차분하게 해봐요.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왜 가까이 와, 어? 더 가까이 오지 마.
위협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우다겸:(왐마야)
지, 진정하시고……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무섭죠?
 
우다겸:(울고 싶다. 아까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는데…
 
???:아니, 그게, 말이돼요?
우리가, 그게, 그럴 리가 없잖아....
말도 안돼.
이건... ..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난 인정할수 없어, 납득 못 해!! 당신도... 나도.... .. 우리가 모두....
 
우다겸:그,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대로 말씀을 해주셔야
 
격분한 상대를 조금이라도 차분하게 만드는데에는 성공했습니다....만.
 
뒤늦게 승무원이 두세명 달려와 아까보다는 저항이 덜한 상대의 양쪽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워서 체포하듯 데리고 나갑니다.
 
나가면서 당신에게 곤란한 표정으로 속삭이네요.
 
승무원:죄송합니다.
 
우다겸:(……?)
(뭔가 무슨 얘기를 들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다시 자리에 얌전히 앉는다.)
 
우다겸:………예?
죽, 죽어요?
저 사람이요…?
(당황한 얼굴로 승무원을 쳐다본다.)
 
그 때 다시 격분한 상대가 몸부림을 쳐서, 승무원은 말을 하다 말고 급하게 나갑니다.
 
승무원의 말로 미루어보아, 당신은 죽은 것입니다.
 
우다겸:잠, 잠시만…
아… (당황한 얼굴)
 
갑자기 이렇게 죽었다고 말해봤자, 설득력이 있을 리 없잖아요...
 
하지만 이 이상한 열차는?
 
이상하도록 아름다운 설국의 풍경은?
 
밑도끝도 없이 여기 앉아있는 당신은?
 
마치 추위처럼, 어쩔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온 몸으로 밀려들고 소름이 돋습니다.
 
우다겸, 이성 판정.
 
우다겸: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 (털썩 자리에 앉아 마른 세수를 한다.)
 
GM (GM):우다겸, 1d4 다이스 굴려주세요.
 
우다겸:
rolling 1d4
 
(
3
 
)
 
 
=
3
 
이성치 -3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당신을 보고 상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당신을 안정시키려고 합니다.
 
상대:음...
다들 보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뒷머리를 긁적인다.)
........ 혹시 당신은...
 
우다겸:예…? 그럼, 그,그, 그쪽은…?
 
상대:당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 하고 계신가요?
 
우다겸:제가, ……죽은게 맞나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술을 꾹 닫는다.)
 
우다겸, 아이디어 판정.
 
우다겸: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상대:그래요? 기억이 난단말이죠?
 
우다겸:예, 아무것도…
 
상대:...혹시 어떻게.....
 
우다겸:그, 그냥 눈을 뜨니 기차였어서…
 
상대:혹시... 사고로 죽은거에요?
아니면 당신은.. 많이 아팠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자.... (입을 다문다)
 
우다겸:아… 기억이 안나는데, 자살은…아니었을 거에요.
연인이… 연인이 있었는데….
(이마를 짚는다.) 아팠던 기억도, 별로…
사고… 사고인가…?
 
상대:마지막으로 봤던 풍경은 어땠나요?
연인이 있었다면...
연인과 함께였나요?
 
우다겸:아… 그랬던 것 같아요.어딜 가고… 있었던가.
 
상대:그랬구나...
 
우다겸:어디에, 가자고 했던 것 같기도 해요…. (가물가물한 기억에 눈을 가늘게 뜬다.)
 
상대는 당신의 말을 들을때마다 놀라거나 안타까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신의 죽음입니다.
 
심지어 직접 체험한 죽음이죠.
 
말을 하면 할 수록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몰려듭니다.
 
죽음의 순간은 어땠나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사회적이든,
 
죽음으로 당신의 등을 떠밀었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요?
 
정말로 당신을 '죽인', 그 이유를 떠올려봅시다.
 
우다겸:(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한다.)
여행, 을 가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엄청…들떠있던 건 기억이 나는데.
마지막 순간……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더듬더듬 손으로 제 몸을 만져본다.) 엄청, 고통, 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조금 가쁜 호흡을 몇 번 내뱉는다.)
 
우다겸,
 
다시 한번 이성 판정.
 
우다겸: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다겸, 1d4 굴려주세요.
 
우다겸:
rolling 1d4
 
(
4
 
)
 
 
=
4
 
당신의 두려움을 옆에서 지켜보며 상대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상대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네요.
 
우리가.
 
죽어서 그런 걸까요?
 
우다겸:(손등으로 눈가를 꾸욱 눌러 문지른다.)
 
언뜻 들어오는 창밖의 새하얀 빛에 상대방의 얼굴이 살짝 비칩니다.
 
살짝 밝은듯한 머리.
 
당신보다 한참은 커보이는 품.
 
상대는 불편하지 않게, 하지만 따뜻하게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천천히 두드립니다.
 
우다겸:(느리게 눈을 꿈뻑거린다.)
 
상대:표정이 많이 안 좋아요. .. 괜찮으신가요?
 
우다겸:하아……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아무래도, …죽음의 순간을 떠, 올리는 건 좀……
괴롭네요……
 
상대:..맞아요.
 
우다겸:아직 죽었다는 사실도, 믿어지지가 않는데…
 
상대:죽음에 대해 떠올리는게 쉽지는 않잖아요.
..하, 하지만, 사랑하는 것들도 분명히 있으셨을거 아니에요?
아까 말씀하신 애인도 그렇고,
다른건 뭐가 있을까요? 한번 떠올려봐요.
사랑했던걸 떠올리는건 괴롭지 않을거에요.
 
우다겸:(느리게 눈을 감고 아랫 입술을 앞니로 잘근 씹는다.)
처음, 처음 여행가는 거였어요…. 좀 멀리 가자고 했었는데
엄청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어서 기뻤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 행복했던 감정이 옮아오는 듯 했었는데.
(희미하게 미소를 띈다.)
 
상대:그리고, 연인 말고도 당신이 사랑했던 것들이 있지 않았나요?
일을 마치고 먹는 아이스크림이라던가,
그런거 말이에요.
 
우다겸:연인 말고도…?
음…….
그냥, 다 좋아했는데….
같이 일 하던 간호사 선생님들도,
……같은 동네에서 일하던 시장 사람들도…
엄마도, 아빠도…
 
우다겸:그러고보니, 쓰던 논문이 있었는데… 끝까지 못 쓴게 아쉽네요……. (허탈하게 웃는다.) 고생했는데…
 
상대:당신은... 자신의 일도 좋아했으니까요.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야기 할 때마다, 얼어붙은 것 같았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우다겸:아, 연인… 태백 씨랑 같이, 여행을… 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에요….
제가, 사실 장롱면허거든요…근데 태백 씨가 많이, 피곤해보여서 제가 운전을 한다고……우겼던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은, 하던 일만 해야하나봐요…… 이젠 사람도 아니지만….
태백 씨랑 같이, 퇴근하면서 걷는 산책길도 좋았고……
여름에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수다떠는 것도 좋았고…
손 잡고 있는 것도… 그냥 같이 누워만 있어도 행복했거든요.
 
우다겸:그런 기분 아세요? 그냥…옆에만 있어도 행복하고 즐거운 거. (작게 웃으면서 옆의 너를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창 밖으로 던진다.)
(다시금 눈가를 손으로 문지른다.) 아. ……이럴 때 담배 생각도 나네요.
거의 끊었다시피 했는데….
태백 씨한테서 나는 담배 냄새도 싫지 않았거든요…? 근데, 이제 같은 향이 난다고 웃었던 태백씨, 생각이 나면 또…… (손가락으로 톡 입술 껍질을 뜯는다.)
 
상대:애인 이름이 태백이에요?
 
우다겸:아. 네…. (생각만 해도 좋은 지 배시시 웃는다.) 멋진 이름이죠? 남자답고…
 
상대:(별 말 없이 그저 웃음으로 답한다.)
지금 떠오르는건 그정도에요?
당신이 사랑했던것들 말이에요.
 
우다겸:음… 그러네요. 지금 당장은요.
거의 다 태백씨랑 관련이 있는 거 같지만…
 
당신의 마음도 많이 녹아내렸겠지요.
 
언제나 공포나 미움보다는 사랑이,
 
사랑하는 것들이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법이니까요.
 
우다겸:(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톡 기댄다.) 죽기 전엔 정말… 태백 씨가 온통 제 세상이었는데.
 
사랑으로 마음을 다잡은 다겸, 이성을 8점 회복합니다.
 
상대는 훨씬 좋아진 당신의 표정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합니다.
 
상대:봐요,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죠?
 
우다겸:(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요.
 
상대:...
창 밖을 보세요.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누구나 결국은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서 이 곳으로 오고 싶어하죠.
영원한 평화, 영원한 안식이니까.
 
상대는 당신의 주의를 돌리려는 듯, 풍경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다겸:(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상대:다겸씨,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은 아름답고 평온해요.
이렇게 조용한 세상에서 영원히 평온해지고 싶다고 해도 이해해요.
세상은 언제나 잔인했고,
당신을 찢어발기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나는 알아요.
 
다겸, 주의력 판정.
 
우다겸:
Spot Hidde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당신은 창밖의 풍경이 아까와는 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잠시 지켜보면 곧 알 수 있습니다.
 
열차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열차의 소음도 아까보다 조금 더 커졌습니다.
 
좀 더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도 섞여들고 있고요.
 
상대:....더 빨라지고 있어요.
시간이 없어요.
 
우다겸:그러게요….
네?
시간…? (상대방을 바라본다.)
 
상대는 당신의 시선을 쫓아 창밖을 바라본 다음,
 
우다겸:무슨 시간이요…?
 
급격하게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불안하게 중얼거립니다.
 
상대:...이제 종착지가 멀지 않았어요.
 
우다겸:아…….
그럼 뭐, 저희는…환생하는 건가요…? 지옥을 가는 건가…… (별 감흥은 없는 표정이다. 그냥 끝인가, 싶은 얼굴.)
 
종착지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당신에게,
 
상대는 저 멀리 보이는 어두운 설산을 흘끔 턱짓합니다.
 
둥글게 휜 강을 따라 길게 휜 철길 저 멀리 앞에, 설산이 보이고 어두운 터널이 보입니다...
 
당신의 시선을 따라간 뒤, 상대는 인상을 씁니다.
 
우다겸:(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쳐다보고 있다.) …?
 
상대:터널이 아니에요.
 
잘 보면, 그것은 그냥 어두운... 어둠입니다.
 
이 새하얀 풍경의 흩날리는 눈발이 그 어둠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저 어둠이야말로 이 열차의 종착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기대하는,
 
영원한 안식이 저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다겸:끝…… (혼자 작게 중얼거린다.)
 
상대:.........
다겸씨.
 
우다겸:……?
 
상대:...
이 설국은 아름답고 평온하죠.
 
우다겸:(내가 이름을 알려주었던가?)
…예, 그러네요….
 
상대:정말로, 보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대로 앉아있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나는 이 아름다운 설국보다...
비참하고 잔인할지라도 당신이 있는 현실을 더 원해요.
당신을 잃은 뒤에나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태백:데리러 왔어, 다경마.
다겸아.
 
우다겸:……아.
 
상대의 모습은 이제 선명합니다.
 
우다겸:(느리게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웃는다.) 태백 씨.
 
당신은 이제 눈 앞의 상대의 이름을 기억 해 낼 수도 있습니다.
 
상대는,
 
아니, 태백은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애써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앞에서 명백하게 기다리고 있는 영원한 안식에 대한 두려움 역시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고인 눈.
 
두렵고, 무섭고, 하지만 당장이라도 당신을 꽉 끌어안고 위로하고 싶은 표정으로.
 
이태백:...이제 선택의 순간이야.
 
태백은 속삭입니다.
 
이태백:다겸아, ... 너는, 다겸씨는 죽었잖아..
영원한 이별로.
하지만, 제발,
한 번만 더,
내가 당신을 혼자 두지 않도록,
혼자 죽지 않게 하도록.
 
이태백:... 기회를 줄 수 없을까?
 
열차의 속도는 이제 미친듯이 빨라집니다.
 
주변 풍경은 설국은커녕 채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검은 얼룩과 흰 빛의 소용돌이처럼 변해가고 있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는 두꺼운 차체와 창문을 가르고 귀를 뚫어버릴 듯이 요란하게 주변을 메워버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일어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 속도로, 열차는 돌진하면서....
 
검은 어둠을 향해 뛰어듭니다.
 
정신적인 것인지, 물리적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충격이 온 몸을 강타합니다.
 
5량? 6량쯤 되는 기차의 맨 앞 부분이 어둠에 충돌한 것입니다.
 
여태까지의 고요함이 이상할 정도의 소음이 온 몸을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우다겸:윽…
 
저 앞에서부터 열차는 검은 어둠에 먹혀들어가면서 바스라집니다,
 
새하얀 먼지처럼, 흩날리는 얼음가루처럼, 아니면 이곳을 모두 덮어버린 흰 눈송이처럼...
 
그래요, 설국의 일부가 되는 거에요.
 
그리고 아주, 아주 평온할 겁니다.
 
이태백:...겸아, .. .... 아..
 
놀랄 만큼의 소음 속에서도 태백의 목소리를 쫓아갑니다.
 
이태백:다겸아,
내 손 잡아줘,
다겸아!
 
이것이 마지막 선택지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나요?
 
우다겸:(활짝 웃으며 손을 뻗어 태백의 손을 잡는다.)
 
다겸은 어떻게, 어떤 감정을 거쳐 어떤 행동으로 상대의 손을 맞잡나요?
 
한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봅니다.
 
우다겸:(세상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다시 한 번, 이태백과 살아가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만 기회가 있다면, 그걸 놓칠 정도로 우다겸은 바보가 아니니까. 웃으며 태백의 손을 깍지 껴 잡는다.) 다시 한 번 이 생을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는 절대, 제 손을…놓지 말아요, 태백 씨.
 
귀가 멀 것 같은 굉음 속에서,
 
존재를 뒤흔드는 충격과 진동 속에서 당신이 태백의 손을 맞잡는 순간,
 
어느새 당신의 객차에까지 죽음같은 어둠이 몰려듭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텅 빈, 시간도, 공간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입니다.
 
어둠
 
어둠
 
어둠
 
숨이 막혀옵니다.
 
너무 끔찍하게 비어있는 어둠이에요.
 
당신이 너무 늦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온 몸이 산 채로 갈려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대로라면 온 몸이 부서져버리겠다는 생각에 당신은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고 하지만,
 
온 몸이 너무 무거워요.
 
눈꺼풀 하나 깜박이는 것조차 너무 힘듭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이대로 박살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태백:...다겸아,
다겸아.
다겸아!!
 
귀울림이 너무 심해서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당신은 굳게 잡은 손의 온기에 의지해서,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고, 몸을 제어하려고 합니다.
 
...........잠깐.
 
잡은 손이요?
 
내가 누구 손을 잡고 있었더라?
 
그 온기가 현실과 당신을 연결합니다.
 
온 몸이 부서지는 것처럼 아프지만, 그래도,
 
천천히, 당신은 눈을 뜹니다.
 
이태백:다겸아, 다겸씨!!!
 
우다겸:(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아…
 
눈을 뜨면, 태백의 얼굴이 온 시야에 꽉 차도록 들어옵니다.
 
이태백:다겸아, 내 말 들려?
다겸아, 다겸아...
 
태백은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애써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방금 집어삼켜질 뻔 한 영원한 이별에 대한 두려움 역시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가득 고인 눈.
 
두렵고, 무섭고, 하지만 당장이라도 당신을 꽉 끌어안고 위로하고 싶은 표정.
 
우다겸:……태백 씨…?
울어요…?
 
이태백:내가 울긴 왜 울어,
나 이렇게 웃고있는데....
 
그리고 태백이 굳게 쥔, 당신의 손.
 
뜨겁습니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지고 있어요.
 
인지하지 못했지만, 당신도 어느 새 태백의 손을 미약하게나마 쥐고 있었습니다.
 
심각한 몸의 통증에,
 
대답하고자 하는 말은 절반도 채 나오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태백:다겸아....
 
우다겸:…으…. 네……
(눈을 여러번 느리게 깜빡인다. 아프다… 몸이 아프다. 목도 아프고….)
 
선명한 교통사고의 현장.
 
여기저기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태백의 얼굴과 손에도 남은 상처가 사고의 현장을 그대로 설명 해 줍니다.
 
아, 차가 도로 아래로 미끄러졌나봐요.
 
우리는 어디를 가는 길이었죠?
 
그래, 그러고보니 강원도 태백으로 가던 길이었어요.
 
태백의 어린시절을 보낸 동네로.
 
눈이 많이 쌓인 지금이 예쁘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에요.
 
이태백:다행이다... 다겸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고, 항상 사랑하고, 죽지 않기를 바란다고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아서 미안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더 많이 말 못해서 미안해.
이대로 당신이 죽는줄 알았어, 나 무서웠어...
... 정말 다행이다, 다겸아,
사랑해, 다겸아, 사랑해..
 
우다겸:(잘게 기침을 하면서도 희미하게 웃는다.) …태백 씨가, ……데. …리러 와서… (뜨문뜨문 떨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울지 마요……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싶은데, 몸이 아파서 움직이질 않아 잘게 움찔거릴 뿐이다.) 나 이, 제 괜찮, 아요…
 
천천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발은 지금은 약하지만, 곧 두껍게 펑펑 내릴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설국이 되어버리겠지요.
 
몸이 너무 아프고 무겁습니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요.
 
불가항력처럼 눈이 자꾸 닫히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라요.
 
평온하게 모든 것을 끝내주는 휴식이 아니라, 약간 힘들고 지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웃을 수 있는 휴식. 자꾸 눈이 감깁니다...
 
이태백:구급차가 올거에요, 이제 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좀 자고 일어나. 그럼 다 괜찮아질거야.
나 여기 있어. 어디에도 안 갈게.
계속 손 잡고 있을테니까, 안심하고, 자도 돼...
 
방금 전의 혼란스러운 기억은 뭘까요,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환상일까요.
 
둘 다 현실?
 
아니면,
 
둘 다 환상?
 
당신은 현실과 피안을 넘나드는 혼란스러운 환상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아니,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정도 있습니다.
 
그래요,
 
죽을 뻔 했다가 간신히 돌아온 당신의 설국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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