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운명론
w. 수연 https://posty.pe/mea4zj
KPC. 담교일
PC. 강 열
KPC그림@커미션
PC그림@해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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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 강 열은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에 도착합니다.
커다란 역사는 최근 완공된 건물로,
짜임새가 완벽하지만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모난 건물에 네모난 창이 촘촘한 칸을 그리고 있습니다.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오래된 가로등이 고개를 숙입니다.
아침이기 때문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밝은 조명과 북적거리는 인파가 보입니다.
휴가의 기쁨을 만끽하는 직장인, 배낭만 메고 훌쩍 떠나는 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기차의 에티켓을 설명하는 부모….
전부 다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표정엔 모두 기대가 서려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여름은
삶의 전환점이 되는 시즌이니까요.
강 열도 마찬가지입니다.
3박 4일의 여름 휴가를 맞아 홀로 훌쩍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목적지는 남쪽 끝의,
앞으론 바다가 펼쳐지고 뒤론 숲이 둘러싼 작은 마을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휴양지죠.
특히 여름의 해바라기밭이 대단히 아름답다니,
그곳으로 떠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림자 한 점 없이 산뜻한 여름.
정오가 되려면 멀어 기차역 내부는 선선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어렵지 않게 매표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건만 벌써 줄이 이만큼이나 깁니다.
매표소의 줄에 합류해서 12분을 기다립니다.
떠나기로 마음먹으니 1초가 1년 같고 1년이 1초 같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강 열의 차례가 돌아옵니다.
목적지와 탑승객 수를 말하고 돈을 내면,
안내원이 출발지와 도착지, 요금이 적힌 작은 기차표를 건넵니다.
빳빳한 종이에는 목적지인 타달란 마을 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표를 확인하고 역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카샤 (GM):관찰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줄에서 벗어났는데도 쫓아오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아챕니다.
시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일반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큰 키를 가진 남성입니다.
단단한 몸에 부딪힌 강 열이 바닥에 나동그라졌습니다.
팸플릿, 기차표, 열쇠나 자잘한 소지품이 이리저리 쏟아져 엉망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은 모두 갈 길을 가느라 바빠 바닥을 보지 않습니다.
이러다간 전부 발자국이 남게 생겼네요.
카샤 (GM):담교일, 강 열 모두 민첩 판정
강 열:
담교일:
카샤 (GM):민첩 재 판정
강 열:
담교일:
남자는 재빠르게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줍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일어나라는 듯 손을 뻗습니다.
담교일이 바닥에 더 떨어진 것이 없나 살펴보다가, 시선을 듭니다.
상대를 살피려는 듯 들었던 시선은 당연한 순서로 강 열과 마주치고……
강렬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그 다음 말이 나온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순서였습니다.
담교일:우리 어디서 본 적 없습니까?
강 열:... (얼결에 그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서고는, 옷을 툭툭 털었다. 갑자기 부딪혀놓고는 이게 무슨 말이람.)
두 사람은 생판 초면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서 봤을 리가 없습니다.
대답하려던 강 열은, 다시 한 번 시선을 느낍니다.
뒤통수가 따끔거릴 정도로 집요한 시선입니다.
뒤를 돌아보았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누구의 것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덜컹, 덜컹, 덜컹.
기차가 떠나는지 바닥까지 흔들립니다.
불유쾌한 시선의 출처를 찾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면
어리둥절한 얼굴의 담교일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쿵.
놀랄 일도 없는데 애먼 심장이 요란하게 내려앉습니다.
……내려앉은 건 강 열의 심장인데,
강 열:... 이상한 사람이네.
이상하게 담교일이 왼쪽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있네요.
담교일:(말 없이 너를 내려다보다가) 여행 가시는 길입니까?
강 열:아, ...네. 타달란 마을이요. (짐을 정리하며 네 손에 들린 제 물건들을 돌려달라는듯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 쪽은요.
담교일:저도 거기 갑니다. (네 손에 주운 물건들을 쥐어주며) 플랫폼까지 같이 내려갈까요. 목적지도 같은데.
강 열:(어차피 같은 방향인데 거절할 이유도 애매하다. 물건을 받아 손에 들고 온 가방에 대충 집어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담교일:(자신의 짐가방을 들고 걸음을 옮긴다.)
강 열:거기는 무슨 일로 가세요. 휴가? (갑작스레 말을 더 붙여보고 싶어졌다. 그냥, 같은 길이니까.)
담교일:예, 뭐, 그렇죠. 혼자긴 하지만.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걸어가며 힐끔, 네 얼굴을 티나지 않게 몇 번 쳐다본다.)
1960년의 기차역은 별 볼 일 없는 수수한 공간입니다.
확 트인 선로가 앞뒤로 두 줄,
기차의 목적지를 알리는 팻말과
승객들을 돕는 역무원 한둘이 전부입니다.
다닥다닥 작은 공간을 기워 몇 가지 먹을거리를 파는 도시락 가게와 매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른 오후일테니,
점심을 사서 기차 안에서 해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죠.
담교일:그럼, 저는 잠시 저쪽에 볼일이 있어서...
강 열:아, 네... 그럼. (얼떨떨한듯 어색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도시락 가게쪽으로 발을 옮겼다. 문득 뒤를 한번 돌아보다 고개를 돌린다. 언젠가 마주치면 다시 인사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가판대에는 많은 종류의 도시락이 있습니다.
계란물을 입힌 핑크색 소세지와 김치 볶음, 김가루를 뿌린 흰 쌀밥이 든 한국식 도시락.
장어 구이와 초생강, 감자조림을 곁들인 일본식 도시락.
함박스테이크와 콘샐러드, 볶음밥을 싼 서양식 도시락.
간단한 샌드위치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나는 방금 구운 토스트,
햄을 두 줄이나 넣은 김밥, 삶은 달걀 등이 있습니다.
뭘 먹을까요?
강 열:(잠시 고민을 하다가 샌드위치와 물 하나를 골랐다. 적당히 계산을 한 뒤에 봉투에 포장한다.)
봉투에 포장을 하는 강 열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고개를 돌리니, 아까 부딪혔던 그 사람이네요.
손에는 강 열과 똑같은 샌드위치와, 똑같은 브랜드의 생수가 들려 있습니다.
방금 헤어졌던 얼굴을 바로 다시 만나게 됐네요.
담교일도 일부러 쫓아온 것은 아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카샤 (GM):담교일, 강 열 정신력 판정.
강 열:
담교일:
이렇게 또 만나다니,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교일:음... 계산 하셨으면 같이 기다릴까요, 기차.
강 열:...저는 뭐라고 안했는데요. (문득 그 얼굴을 보자니 픽, 웃음이 샜다. 강조하는 것도 덩치에 안 맞게 귀엽기도 하고...)
담교일:(옆에서 계산한 샌드위치를 봉투에 담으며) …그러네요. 신기하게.
강 열:좋아하시나보네요. (아까보다는 선선한 말투. 기차가 들어올 공간을 바라보다 네게로 시선을 옮겼다.)
담교일:예, 뭐… 그냥 오늘 좀 땡기더라구요. (힐끔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가, 플랫폼에 선다.)
강 열:(손에 들린 가방을 제대로 쥐어잡고, 플랫폼에 선다. 기차표를 확인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네. 이쪽에 서라고 하더라구요.
담교일:…담교일, 이라고 합니다. (머쓱한 얼굴로 제 뒷목을 주무른다. 초면이어서 어색하지만 싫지 않은 기분으로 이름을 말해준다.) 당신은.
강 열:(당신이 아까 스치듯 물어본 말대로, 진짜로 마주쳤으면 재밌었겠다 싶기도 하고. 담교일. 이름이 예쁘네. 저 큰 키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강 열이예요. 외자.
담교일:예쁜 이름이네요. 잘 어울립니다. (하고 대꾸하며 희미하게 웃는다.)
기차가 올 때까지 담교일은 강 열의 옆에서 대기합니다.
탑승하는 위치가 비슷한 모양입니다.
옆에 서있기만 해도 담교일은 강 열이, 강 열은 담교일이 신경쓰입니다.
아무 말이라도 붙이고 싶어지고 괜히 힐끔거리게 됩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쩐지 낯익은 사람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대체 어디서 본 거지?
닮은 사람이 있던가?
잘 모르겠습니다.
여름의 탓으로 넘겨도 됩니다.
여름의 기차역은 이유 없이 사람을 설레게 하는 구석이 있으니까요.
휴가를 맞아 홀로 훌쩍 떠난 여행길.
머리 위에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발 아래에선 아스팔트가 이글이글 끓는 여름의 중턱.
기차표의 목적지는 이름마저 낯선 어느 휴양지입니다.
저 멀리에서 녹음을 헤치고 낡은 기차가 들어옵니다.
커다란 기적과 함께 플랫폼의 바닥이 두근두근 울립니다.
기계 장치의 심박을 따라 맥없이 흔들리다 보면
두 사람의 손끝이 닿습니다.
불현듯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둘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선로를 밟고 달려온 기차가 큰 소리를 내며 완전히 정차합니다.
새까만 차체는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희끄무레한 먼지와 시시콜콜한 상처로 더러워졌습니다.
굴뚝에선 거대한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연기가 회색을 띤 탓에 삽시간에 플랫폼이 먹구름에 물든 것 같단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강 열과 담교일은 함께 기차에 탑승합니다.
같은 구역의 문을 올랐지만, 같은 칸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당연히 담교일이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옆자리는 텅 비어 있습니다.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아쉬울 일이 아닌데 말이에요.
좌석에 앉으면 지루한 목소리의 기장이 무미건조하게 안내방송을 시작합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지금 이 열차는 11시 45분에 뉴욕에서 출발하여 18시경 타달린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중간에 경유하는 역은…….」
「승객분들은 표를 반드시 지참해 주시고, 정해진 좌석에 착석하시길 바랍니다. 쾌적한 여행을 위해 식사는 반드시 식당칸을 이용해 주십시오.」
「그럼 타달린행 열차, 지금 출발합니다.」
덜컹, 덜컹, 덜컹.
소음이 섞인 안내방송이 끝나자 기차가 바퀴를 구르기 시작합니다.
아까는 그 소리가
두근, 두근, 두근.
그렇게 들렸는데 이젠 전혀 그렇지 않네요.
웃기기 짝이 없는 현상입니다.
창밖으로 녹색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기찻길을 따라 심은 나무들이 아름드리 드리웠습니다.
짙은 초록과 밝은 연두가 얼룩진 길목엔 유난히 그림자가 선명하게 남습니다.
가장 해가 잘 드는 지경이기 때문입니다.
가지들이 드문드문 비운 자리를 맑은 여름 하늘이 채웁니다.
경계가 뚜렷한 흰색 구름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데,
기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 메꿀 수 없는 시차가 벌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름의 경치도 잠시,
플랫폼의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역에서 멀어지자 똑같은 풍경만 반복됩니다.
나무, 나무, 나무, 밭, 나무, 나무,
나무, 계곡, 나무, 나무, 교회, 나무,
마을,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카샤 (GM):정신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멀거니 창밖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담교일의 생각이 납니다.
도시락을 샀으니까 식당칸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나기로 약속하지도 않았고,
만날 필요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샌드위치를 들고 식당 칸으로 가기 위해 식당 칸으로 향해 문을 열면, 바로 앞에 담교일이 서있습니다.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주칩니다.
거기에 상대가 있으리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던 것처럼.
담교일:…아.
강 열:(진짜로 있네. 조금 당황한듯 멀겋게 당신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담교일:그러네요.
당황한 담교일이 자리를 비켜주려 오른쪽으로 한 걸음을 옮깁니다.
하필이면 강 열이 움직인 방향입니다.
다시 담교일이 왼쪽으로 몸을 비킵니다.
마찬가지로 강열 과 동시에.
비켜주려 하면 할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결국 비켜주는 걸 포기한 담교일이 넌지시 묻습니다.
담교일:…저 지금 도시락 먹으러 갈건데, 배고프지 않으십니까?
강 열:... (이 이상한 상황은 뭐지? 무슨 개그 프로그램도 아니고. 잠깐 웃음이 새서 입꼬리를 괜히 문질렀다.) 네, 저 먹으러 가려구요.
담교일:(마찬가지로 피식, 새어나온 웃음을 참지 못해 웃으며 식당 칸 중간으로 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그렇게 하죠. 혼자 먹는 것보단… 좋을테니.
식당칸에는 창가를 따라 긴 바 테이블이 설치돼 있습니다.
아무나 원하는 자리에 앉아 준비해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직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식당칸에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담교일:오전이라 그런지 조용하군요. (중간 쯔음에 창가 테이블에 의자를 끌어 꺼내 앉는다.)
강 열:(바로 옆의 의자를 끌어다 앉고서,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생수를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그러게요. 다들 탑승하자마자 주무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담교일:아무래도 아침 일찍 나와야 했었을테니까요. (샌드위치의 포장을 뜯으며) 타달란 마을에는, 뭐를 보러 갑니까?
강 열:아, 해바라기 밭이요. (생수통의 뚜껑을 돌려 열며 한모금 마셨다. 부스럭 거리며 샌드위치의 포장을 벗겨낸다.) 그게 예쁘다고들 하더라구요.
담교일:저는...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야무지게 씹어 삼키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연다.) 연리지 나무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
강 열:보통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보러간다고들 하던데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며 옅게 웃었다.) 가서 만날 사람이라도 있으세요?
담교일:없습니다. 있으면 함께 갔겠죠. (오물거리는 네 뺨이나, 시선을 따위를 힐끔 쳐다본다.)
강 열:그런가요. (가볍게 대답하며 샌드위치를 삼켰다. 문득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찰나에 마주친 시선에 무언갈 물어 보려던 것을 잊어버린다.)
담교일:…시간 되고, 하면, 보러가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안이 기분 좋았는지 또 설풋 웃었다.)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이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어째선지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 빵도, 조금 시들어 버린 양배추도 맛있게 느껴질 정도네요.
오히려 이 식사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즐겁다면…….
여행이 설렌 탓일까요?
미적지근한 냉방이 탈탈 돌아가는 식당칸인데도 더위가 성가시지 않습니다.
커다란 창 너머로 뜨거운 햇볕 내리쬐는데도 눈살을 찌푸리고 싶지 않습니다.
밝은 볕 아래에서 웃는 담교일을 볼 때마다,
공통점을 찾고 담교일과 나란히 놀랄 때마다,
이유 모를 설렘이 요동칠 뿐입니다.
카샤 (GM):담교일, 강 열 정신력 판정
담교일:
강 열:
아, 나는 이 사람에게 첫 눈에 반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정오의 햇살은 선로는 달구고, 우리는 서로를 달구며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담교일:(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나면 생수를 입에 털어 넣고) 도착까지 오래… 걸리진 않겠네요.
강 열:그러게요. 금방 도착할것 같아요. (햇살에 드러난 당신의 얼굴을 이제는 제대로 마주하며 작게 웃었다. 충동적으로 정한 휴가지가 좋아질 줄은 어떻게 알았겠는가.)
담교일:음, 무슨 호텔이었는데… (턱을 매만지며 흐린 눈을 한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군요. 위치만 대충 외워와서요.
강 열:근처면 좋겠네요. 괜찮으시다면 저녁에 만나도... (잠시 말을 흐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시선을 맞추며 결국 다시 말을 잇는다.)
담교일:(기쁘다는 듯 얼굴을 하고는) …좋죠. 연이 닿으면 또 볼 수 있겠죠. 분명히. (약간 텀을 두었다가) 왠지 꼭 만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강 열:그럼, 저는 먼저 일어날게요. (포장지와 빈 생수통을 들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당신을 내려다보며 의자를 집어 넣고는.)
담교일:(마찬가지로 쓰레기를 정리하고 휴지로 대충 테이블을 훔쳐 닦고는) 네, 그럼. 또 만나죠, 열 씨.
강 열:(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제 물건을 건네던 손부터, 전혀 웃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기쁘다는 듯 웃어주는게 귀엽기도 하고... . 별생각을 다하네. 괜스레 뒷목을 쓸며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쓰레기를 툭, 버리며 제 칸으로 돌아간다. 첫눈에 반한다는거. 별거 아니네.)
각자의 칸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타달란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음을 듣습니다.
덜컹거리며 차가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짐을 챙겨 내리고, 기차역에서 나오면 어딘가 다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높이 매달린 시계의 시침이 막 6을 지나고 있습니다.
해가 긴 여름이라 아직 밖은 쨍쨍합니다.
고개를 들면 흰 뭉게구름이 양 떼처럼 뭉쳐 다니는 하늘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납니다.
변두리의 기차역이 가진 것은 삐걱거리는 낡은 역사와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가 전부입니다.
차도 거의 다니는 일이 없습니다.
다행히 강 열이 묶는 호텔 스미스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좀 덥지만, 습하진 않아서 걷기도 괜찮은 날씨죠.
휴양 마을로 유명한 타달린에는 마찬가지로 유명한 호텔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호텔 스미스는 제법 좋은 호텔로 손꼽힙니다.
강 열이 이 여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린 것도 그래서입니다.
휴가 내내 5성급 호텔에서 먹고, 마시고, 잘 자면서 즐겁게 지낼 테니까요!
바로 이 호텔 스미스 스미스에서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호텔 스미스지?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역 앞 지도를 발견합니다.
기차역에서 왼쪽으로 쭉 걸으면 되는 모양입니다.
강 열이 지도를 보고 비포장도로의 가장자리를 걷기 시작합니다.
캐리어의 작은 바퀴가 혹사 당하느라 온갖 소음과 흙먼지를 일으킵니다.
그 소리에 강 열은 한 박자 늦게 눈치채고 맙니다.
누군가 뒤따라오고 있다는 걸요!
그러고 보니 기차역에서부터 이상한 시선이 따라왔죠.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뒤를 밟고 있는 걸까요?
대체 누가?
여름 휴가를 내주며 못마땅한 티를 팍팍 내던 상사가?
혼자 놀러 가냐며 불평불만 하던 친구 A가?
그것도 아니라면 여름 휴가도 함께 보내자며 도저히 자식을 독립시킬 생각이 없는 부모님이?
……예시가 좀 시답잖네요.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보자면, 여행객을 타깃으로 삼은 소매치기일지도 모릅니다.
강 열은 바로 뒤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라오는 발소리는 아주 조심스럽고 조용하므로,
미행을 들켰단 사실을 알아채면 금세 도망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단 느낌이라 붙잡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 상태로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추격전이 짧게 이어집니다.
그렇게 걷던 강 열의 눈에 골목 모퉁이에 달린 사각지대 거울이 눈에 띕니다.
조금만 더 가면 뒤에 선 사람도 볼 수 있겠습니다.
거울까지는 앞으로 세 발자국,
두 발자국,
한 발자국……
곧 제로.
거울 앞에 도착한 강 열은 뒤꽁무니를 쫓아오던 사람이 담교일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볼록 유리 너머로 눈이 마주칩니다.
들켰단 사실이 뻘쭘한지 담교일도 어색하게 웃습니다.
강 열:... 아니, 저기. (쿵쾅거리며 뛰던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뒤를 돌았다. 이젠 익숙해져버린 얼굴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지만.) 그냥 부르지 그러셨어요. 왜 그렇게 살금살금...
담교일:(머쓱한지 또 뒷목을 주무르며) 아니, 뭐, 굳이… 싶어서요. 곧 호텔에 도착하기도 하고….
강 열:저는 또 무슨, 소매치기인줄 알고. (긴장이 풀린듯 바람빠진 웃음을 터뜨리다 눈을 꿈벅였다. 호텔?) 혹시, ...가시는 호텔 이름이 스미스 호텔인가요?
담교일:아… 예, 맞습니다. 그쪽도요?
강 열:아, 네. 거기에 묵을거라서... (이걸 진짜 우연이라고 볼 수 있나? 이정도면 같이 붙어있으라고 누가 엮어놓기라도 한것처럼.)
담교일:예, 그러죠. 어차피 같이 가는 길이니까요. (배낭을 고쳐 매며 옆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결국 호텔 스미스의 입구까지 함께 걷고 맙니다.
호텔 스미스는 분홍색 외벽과 하늘색 유리창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호텔입니다.
원래는 도시에 비즈니스 호텔로 설립되었는데, 반응이 좋아 2호를 개시했습니다.
그게 바로 호텔 스미스입니다.
타달린에 많고 많은 호텔 중에 똑같은 호텔을 고르게 되다니.
이거 참…….
착각하고 싶지 않아도 운명이란 생각이 성큼 듭니다.
밝은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로비의 분위기를 밝힙니다.
더운 여름 날씨는 모두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딱 좋은 온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 열은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습니다.
낡은 구리 열쇠에는 [603]이라고 적힌 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6층까지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하면……
호텔직원: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강 열:아, 네. 무슨 일이세요?
뒤에서 성급하게 강 열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호텔의 프론트 직원입니다.
강 열이 돌아본다면 담교일과 눈이 마주칩니다.
부른 건 직원인데 왜 그리로 눈길이 가는지 모를 일입니다.
닫히려던 엘리베이터를 가까스로 붙잡은 호텔 직원이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합니다.
호텔직원: 예약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강 열:네? 네. 무슨... (직원을 따라가며 다시 프론트로 향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괜스레 목을 문질렀다. 얼른 직원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무슨 문제가 있나요?
프론트로 돌아가면, 직원은 다시 두 사람의 이름을 묻고, 예약한 날짜를 확인하더니, 매우 곤란한 얼굴로 이마를 감싸 쥡니다.
호텔직원: 오, 이런……, 어쩌면 좋죠?
인터넷 예약을 받기 시작한 건 최근이라, 전화 예약과 동시에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직원은 거푸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매우 최악의 타이밍으로, 성수기라 남는 방이 없다는군요.
주변의 호텔도 비슷한 사정일 거라고 합니다.
담교일과 강 열은 졸지에 같은 방에 머물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담교일:음……… (열이를 바라본다.)
강 열:(같은 방을 예약했다니. 넋을 놓고 직원을 바라보다 문득 놓여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걸 어떡하지.) 음, ... 어떻게 하는게 좋으시겠어요?
담교일:(네 말에 작게 웃으며) …저는 바닥에서 자도 괜찮은데요. (같은 방을 써도 괜찮겠냐는 물음을 돌려 대답했다.)
강 열:그럼 침대는 누가 쓰는건데요. (픽, 웃음을 터뜨리며 직원에게 괜찮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면 저녁에 만나자고 했는데, 이렇게 일찍 만날 줄은 몰랐고요.
담교일:그래서 싫다는 말은 아니죠? (웃으며 직원에게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 물어보면서도, 힐끔, 너를 몇 번씩 쳐다본다. 남은 숙소 비용으로 더 좋은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테지.)
두 사람이 함께 머물기로 하면 직원은 정말로 고마워합니다.
마침 침대도 넓고 소파 베드도 있으니 지내긴 불편함이 없을 거라고 어떻게든 달래려 노력도 하고요.
자, 이제 정말로 체크인은 끝났습니다.
603호의 문을 엽니다.
흰색 시트가 각 잡힌 더블 침대, 붉은 양탄자가 깔린 바닥, 고동색으로 톤을 맞춘 가구들과 채도 낮은 분홍색 벽지까지.
높은 천장에 포도알처럼 송이송이 매달린 전구가 호텔 스미스의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전면에는 커다란 베란다가 딸려서 언제든지 바깥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담교일:(배낭을 구석에 내려놓고) 열 씨가 침대에서 주무세요. 저는 소파에서 자겠습니다.
강 열:아, 전 정말 괜찮아요. 교일 씨가 침대에서 주무세요. (캐리어를 구석에 놓으며 펼친다.)
담교일:(딱히 침대 크기도 맞지 않은 것 같은데…) 아마, 요청하면 간이 매트리스라도 넣어주지 않을까요. 어쨌든 호텔측 잘못이니. (방을 살펴보며 슬리퍼도 한 개, 옷걸이도 한 개임을 발견한다.) 다른 것들도 더 필요할 것 같구요.
강 열:아무리 그래도... (조금 아쉽다는듯 방안을 둘러보다 슬리퍼랑 옷걸이 정도는 요청 할 수 있을것 같은데, 매트리스까지 집어 넣는다면 방 안이 영 좁아질것 같다. 성인 남성 두명이 왔다갔다 하기에는.)
담교일:(조금은 놀란 눈치로 네 얼굴을 봤지만, 이내 좋다는 듯 고개를 가벼이 끄덕인다.) 떨어질지도 모르니, 열 씨가 벽에 붙어 자세요. 이건 양보 못 합니다.
강 열:(자기가 뱉어놓고도 만약 거절한다면 퍽 민망해질 말이였는데, 다행히도 받아들여준 덕에 속으로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막 호감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과 같이 한 방을 쓴다는게 흔한 일도 아니고.) 알겠어요. 벽에 붙어서 잘게요.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떨어지면 주워 올려주면 될텐데.)
담교일:(네 말을 마지막으로 옷장에 필요한 옷만 몇 개 꺼내고, 혹시 몰라 챙겨온 세면도구와, 카메라 따위를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계 바늘이 7을 가리키고 있는 걸 발견한다.)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네요.
강 열:음, 그럴까요. (네게 방해가 되지 않을만큼 짐을 적당히 꺼내 놓았다. 잠옷도 미리 꺼내 두고. 칫솔도 네 세면도구 옆에 두고.)
담교일:저야, 뭐든지 잘 먹어서…
두 사람이 저녁으로 뭐가 좋을지 대화를 하려던 차에,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열면 검은 원피스에 흰 앞치마를 두른 호텔 직원이 은색 카트를 끌고 서 있습니다.
직원: 사과의 의미로 룸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려고 합니다.
깍듯하게 인사한 직원은 카트 위에 놓인 클로쉬와 양동이를 가리킵니다.
강 열:네? 아...,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괜찮은데. 일단 직원을 안으로 들였다.)
담교일:좋죠, 피곤하기도 하니…
테이블 위에 룸서비스가 차려집니다.
접시 위에 엎어진 잘 익은 닭고기는 표면에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여러 종류의 익힌 채소가 알록달록하게 주위를 장식합니다.
바싹 튀긴 감자튀김과 마늘 스프레드를 바른 바게트, 구불구불한 베이컨과 볼 가득히 담긴 망고 샐러드, 크루통을 띄운 크림 양송이수프까지.
테이블을 가득 채운 후에도 직원의 손을 멈추지 않습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딱 한입 크기로 썰어 색색의 포크를 꽂은 것과 치즈를 바른 카나페도 있습니다.
강 열:.... (이렇게 많이?)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건……
양동이 안에 든 품질이 좋은 포도주입니다.
호텔직원: 호텔 스미스의 주방장 실력은 장담할 수 있어요.
순식간에 세팅을 마친 직원은 소리 없이 뒷걸음질로 물러납니다.
카트가 끌려가는 소리만 돌돌돌돌 작은 자취를 남깁니다.
담교일:음… 아무리 호텔측 실수라고 해도 좀, 과하긴 하군요. (테이블을 보며 옅게 웃었다.)
강 열:그러게요. 5성급, 뭐 그런거라서 그런지. (상을 가득 채운 음식들에 곤란한듯 웃으며 일단 테이블에 앉았다.)
담교일:(네 맞은 편에 앉고는) 좋죠.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을테니까요. (포크를 들어 가볍게 샐러드를 뒤적거린다.)
강 열:아, 괜찮아요.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시야에 보이는 와인을 들어 살펴보고서, 오프너로 코르크를 눌러 땄다.) 교일 씨는요?
담교일:(조금 놀란 얼굴로 와인잔을 나란히 두며) …저도요. 우연이네요.
강 열:정말요? (마찬가지로 놀란듯 웃으며 와인을 반정도 채워넣고서, 네게 잔을 밀어 건넸다.) 우리가 오늘 우연을 몇번이나 겪은건지, 셀수도 없을 지경이고요.
담교일:(와인잔 아랫부분을 매만지다가 닭고기를 네가 집어먹기 편하게 포크와 나이프로 찢어주며) 그러게 말입니다. 우연도 계속이면 인연이라던데. (무뚝뚝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린다.)
강 열:그렇다고들 하죠, 아무래도. (감사하다는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네 쪽으로 기울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저는 충동적으로 결정했어요. 이 휴가.
담교일:(잔 끝을 가볍게 부딪히며) 저도 뭐, 마찬가지입니다. 어쩐지 여기가 아니면 안 될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래서 그랬던걸까요.
강 열:(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네가 잘게 찢어둔 닭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주방장 실력은 알아준다더니, 말 그래도 맛있었다. 와인의 향도 좋고, 은은하게 내려앉은 이 방의 조명도 좋고.)
담교일:(바삭한 바게트를 입어 물어 입가에 묻은 버터기름을 엄지로 대충 훑어 닦는다.) 예, 연리지 나무도 보고. …해바라기 밭도 가볼 생각입니다.
강 열:그래서 사람들이 여기에 오나봐요. 조용하고 예쁜 마을인데, 볼게 제법 많아서. (네게 냅킨을 건네주며 웃었다. 그러다 또 너무 헤프게 웃나, 싶어서 괜스레 입꼬리를 만졌고. 자꾸 당신에게 많은걸 요구하는것 같은데.)
담교일:(고작 아는 거라곤 이름 뿐인데도, 묘하게 네가 하는 말들은 다 싫지가 않은 기분이다. 어쩐지 자꾸 모를 기시감도 들면서,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제법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죠. 하루에 두 군데 정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던데…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돌아봐요. 같이.
강 열:(룸메이트잖아요, 라니. 무슨 친구가 없어서 못 노는 어린애도 아니고. 애초에 혼자서 보낼 여행이였는데도, 어디선가 당신을 정말 본적이라도 있는 마냥 옆에 있고 싶었다. 허락의 답이 돌아오자 웃지 않으려던 노력이 무산하게도 환히 웃고 말았다.) 좋아요. (과일이 꽃힌 포크를 들어 네게 건넸다.)
담교일:(고개를 숙여 포크에 꽂힌 과일을 받아 먹은 것은 단순한 충동이었다. 여태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피식 웃으며 흘러내린 앞머리를 대충 쓸어 올리며 과일을 씹어 문다. 톡, 하고 터지는 과즙이 꼭 지금의 분위기마냥 달달해 자신과 영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다.) 아침 잠이 많으신 편인가 봅니다.
강 열:... ... (당연히 손으로 받을 줄 알았는데. 눈을 두어번 깜박이며 과일을 받아먹으며 들어올려지는 얼굴과 마주 칠때까지, 숨이 멎은 기분이다.) 아, ...네. 조금. (빈 포크를 조금 다급히 내려놓으며 와인을 괜히 들이마셨다.) 여긴 조금, 더운것 같고요. 안그래요.
담교일:에어컨을 틀까요. (네 얼굴을 보며 옆에 둔 리모컨을 들어 냉방의 온도를 낮추는 건, 조금은 눈치없는 행동인지. 혹은 부러 모른체 해주는 건지. 아니면 자신 역시 열기를 식힐 무언가가 필요했던건지 모르겠다. 다시 포크를 들어 조금은 식어버려 눅눅해진 감자튀김을 찍어 입에 넣으며) 잠이 많으면 미인이라던데. (라는, 무슨 사람을 꼬시려고 작정한 낯간지러운 말인지. 뱉고 나서 담교일은 조금, 아니 많이 후회했다.)
강 열:...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실제도로 뒷목을 쓸어내리는 손바닥 위로 열감이 느껴졌으니까. 테이블에 놓인 음식이 반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기분이다. 이 모든 분위기가 간지럽기 그지 없어서.) 잠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시나봐요. (그게 미인이라면요. 언제부턴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낯간지러운 말임을 알면서도 주고 받는 말에는 부러 머리를 굴리지 않기로 했다.)
담교일:글쎄요. (여기서 당신이 좋은거겠죠, 라는 말은 너무 오버하는 것 같으니 스스로 자제하기로 한다. 대신 애매한 답변을 내어놓고 와인을 입 안에 털어 넣는다.)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저도 그렇구요. (하고 덧붙이는 것만큼은 잊지 않았다. 실제로 너는 객관적으로 봐도 미인이었으니까.) 너무 속물같아 보였으면 미안합니다. (머쓱함에 덧붙인다.)
강 열:(자기도 그렇다니. 문득 테이블 건너편에 붙은 화장대의 거울을 바라보며 약하게 인상을 썼다. ...나 미인인가? 왜 하필 이런 생각이 들지. 한번도 얼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얼른 얼굴을 풀며 손을 내저었다. 그새 빈 와인잔을 다시 채우며.) 아녜요. 취향이니까요. 저도 뭐, 취향이 있는것처럼. 교일 씨도 좋아하는 이상형이 있는거겠죠.
담교일:(힐끔, 네 얼굴과 와인잔을 번갈아 본다. 설마, 방금 한 말을 이해못한 건 아니겠지. 싶은 마음 반, 얼굴을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마음 반. 집에 거울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비어있던 잔에 붉은 와인이 차는 것을 바라보다가) … 열 씨도, 미인이라는 소리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강 열:글쎄요. (여기도 애매한 답변을 내놓는다. 누군가에게 들었다 한들 오늘 이후로 그다지 의미있는 칭찬은 아니였을거니까. 턱을 손바닥에 툭, 괴어놓으며 다시금 잔을 내밀었다. 찰랑이는 액체 사이로 네 얼굴이 일렁인다.) 미인이라는 말은, 담교일씨한테나 쓰는 말일것 같고요.
담교일:(와인잔의 끝을 매만지며, 정말 그런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는 얼굴을 한다.) …아뇨, 그런 건 당신한테나 어울리는 말이고. (채워진 와인을 반쯤 비우고, 와인의 쓴 맛을 달달한 망고로 털어낸다. 선도 가늘고, 피부도 하얗고, 입술도 예쁘고… 라는 말을 구구절절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가 품평이나 성희롱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내일은 그럼, 해바라기를 먼저 보고 연리지 나무를 보러 가죠. 해바라기는 밝을 때 봐야 더 예쁘니까.
강 열:... (잠시 목소리를 잃어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쉽게 대답을 내어놓지 않는다. 어울린다니. 꼭 내가 마음에 들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당신을 조용히 바라본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부르지. 온 신경이 당신에게로 집중되는 감각 같은걸.) ... 그래요. 해바라기. (팜플렛에 붙어있던 해바라기밭의 사진을 떠올렸다. 어울릴것 같은데. 열차에서도 유독 햇살이 잘 어울리던 사람이니까. 망고를 집을때의 포크를 쥐고 있는 커다란 손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네 손끝을 톡, 건들였다.)
담교일:(손가락이 톡하니 닿았던 부위에 괜히 열꽃이 피는 기분이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뒷목까지 홧홧하게 열이 오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주책없이 뛰는 심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이런 감정이 마냥 처음인 것처럼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널뛰는 감정이었다. 평소에 무뚝뚝해서 로봇같다는 말까지 들어왔던 남자였는데. 적당한 크기의 망고를 포크로 찍어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네 입가 근처로 포크를 옮겼다.) …망고가 여름이 철이었나요. (덧붙이는 말은 어색함과 쑥쓰러움을 애써 무시하기 위한 아무말이었다.)
강 열:(나만 이러지 않으면 좋겠다. 아주 이기적인 심보였다. 그러니까 이 분위기가 나에게만 이상한게 아니였으면, 이런 비 현실적인 하루가 당신에게 우연이라고 치부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러는 당신은 너무 친절해서, 어이없는 부탁도 이렇게 잘 들어준다는거지. 입가에 가져다 댄 망고와 당신을 느리게 번갈아 보다가, 입을 벌려 포크를 물었다. 달큰한 향. 말캉한 과육을 굴려 삼키며 고개를 기울였다.) 여름일거예요. 아마도.
담교일:(포크를 물리며 네 말에 피식, 웃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섭도록 달달한 분위기에 몸이 온통 간지럽다. 나름 포커페이스인점은 이럴 때 다행이라고 느꼈다. 포크가 식기에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마저 기분 좋은 멜로디처럼 느껴진다. 조금씩 비워져 가는 접시들이 아쉬워질 만큼.) …평소에 먹는 양은 어느정도 입니까?
강 열:(아쉬운건, 여전히 저 은은한 표정이라는거였다. 다른 모습도 보고 싶은데. 소리내어 웃는다던지, 찡그린 얼굴이라던지... . 고작 하루 만난 사이에 바라는게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와인잔을 조금 멀찍히 밀어 놓는다. 초면부터, 그것도 눈길이 가는 사람 앞에서 취하면 웃길테니까.) 음, 지금 딱 좋은것 같은데요. (그리 많이 먹지는 않는것 같아요. 서너입 주워먹으면 그다지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입도 짧고.)
담교일:저도 딱 좋습니다. 더 먹으면… 바로 자면 소화가 안 될 나이라서요. (제 딴에는 나름 너를 웃기려고 한 말인데 될지는 모르겠다. 척보기에도 저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너를 상대하려면 없는 개그 센스라도 끌어 모아야 했으니까. 물론 방금 한 말은 사실이기도 했다. 소화력이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나, 과대평가했다가 체해서 내일 냅다 누워 보낼 수는 없는 모양이니.) 먼저 씻고 나오시면 여긴 제가 정리해두겠습니다.
강 열:그게 뭐예요. (물론 저보다 연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연상이면 뭐 어떤가. 덩치 큰 저 사람이 저를 웃기려고 하는게 정말 귀여운데.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다 먹은 접시를 적당히 정리해 쌓아두었다. 내일 어차피 직원들이 와서 수거해 갈테니까.) 아. 그럼..., 그냥 밀어만 둬주세요. 저 얼른 씻고 나올테니까. (고갤 끄덕이며 제 잠옷을 집어들었다.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나은걸로 들고 가져오는건데. 하필 그냥 집에서 입고 지내던 검은색 파자마라니. 괜히 제게 한탄하며 욕실로 발을 떼었다.)
담교일:(네가 파마자로 고민하는 것따위는 까맣게 모른체 정작 본인은 집에서는 홀딱 벗고 자던 것을, 편한 옷이라도 입고 자야하니 좀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충 먹고 남은 음식들을 아까 술이 담겨있던 양동이에 쏟아 붓고 접시를 겹친다. 테이블에 깔려있던 불투명한 종이를 넓게 펄쳐 복도에 접시를 내어놓고 종이를 덮었다. 네가 나오길 기다리며 프론트에 전화를 해 룸서비스 잘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복도에 내어 놨으니 가져가라는 말을 하고는 테이블을 티슈로 대충 훔쳐 닦았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자는 게 워낙 오랜만인지라 괜히 더 몸을 움직였다. 묘한 긴장감이 차오른다.)
강 열:(얼른 씻고 나와서 같이 치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욕실에 들어섰다. 파자마를 대충 걸어두고, 부스 안에 들어가 샤워기를 들었다. 따뜻한 물을 맞으며 머리에 거품을 낸다. 말끔히 거품을 씻어낸다. 일련의 과정동안 잡다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취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열차에서부터 지금 같은 방에 있기까지, 당신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 뿐이니까. 가능하다면 가까이, 또 오래. 그 진지한 얼굴로 저를 웃기려고 하는것도 너무 귀엽고. 젖은 얼굴에서 픽, 웃음이 샜다. 얼른 수건으로 머릿칼과 몸의 물기를 걷어내고, 빠르게 양치까지 하며 파자마로 갈아 입은 뒤에서야 한번 심호흡을 했다. 이유는 저도 몰랐다.)
담교일:설거지하는 것도 아니고, 정리만 하는 건데요. (더운 물로 샤워를 했는지 조금 발그레해보이는 뺨이나, 촉촉히 젖은 피부나 머리카락 따위가 눈에 들어온다. 민망함, 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감정을 애써 느끼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배낭에서 대충 속옷과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 씻고 나오겠습니다. 먼저 주무셔도 괜찮아요. (하며 대답은 듣지 않은 채 쏙, 욕실로 사라져버린다.)
강 열:그래도..., 감사합니다. (내일 커피라도 한 잔 사드려야겠다, 이 생각을 하며 마저 수건으로 머리를 문질렀다.
담교일:(느긋하게 씻어도 될 걸, 밖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손짓이 조급해진다. 딱히 밖의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는 것도 아닐텐데. 괜한 생각은 찬물을 뒤집어 써 없애버리고 박박 몸을 닦았다. 뻣뻣한 머리를 감고, 너에 비해 한참 나이들어보이는 거울 속 얼굴을 괜히 한 번 만져보고.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이 여름 더위에 미친 건가 싶어 조소를 삼켜본다. 걸려있는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고 옷을 입고 나오니 침대, 그것도 벽에 딱 붙어 누운 네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어두우면 좀 그러니, 문 쪽 불만 켜두고 잘까요.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물었다.)
강 열:(벽에 딱 붙어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 당겨 놓고 있자니, 제 등 뒤의 공간이 꽤 허전했다. 곧 누군가 채울 자리면서. 잠은 잘 수 있으려나. 아까는 무슨 정신으로 당신의 손 끝을 건들였는지, 과일을 받아먹었는지 벌써 까마득했다.) 네? 아, 네.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금 놀란듯 움찔거리다, 서둘러 대답을 내놓았다. 하긴. 너무 어둡다면. 당신의 얼굴을 상상하게 되겠지.)
담교일:(불을 끄고 네 옆 빈자리에 눕는다. 묵직한 무게감에 매트리스가 순간 푹 꺼지는게 느껴져 민망하다. 좁지 않을까, 역시 소파에서 자는편이 좋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했지만 굳이 네 옆에 큰 몸을 꾸겨 눕는 것은 단순한 욕심 정도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편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다.) …좋은 꿈 꾸십시오. (하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쉽게 잠들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이 잠들면 다사다난한 여행의 첫날이 저뭅니다.
호텔 스미스에서의 첫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창가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담교일:(눈을 찌르는 햇살에 느리게 눈두덩이를 누르며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킨다.)
담교일은 아직 자고 있는 강 열의 얼굴을 빤히 바라봅니다.
타인의 자는 얼굴을 보고 싶어하다니, 이상한 일인데 말이에요.
남색 커튼이 아침 햇살을 한 번 걸러줍니다.
덕분에 방은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어둑한 기미가 남아있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뒤섞여 자는 강 열의 얼굴 위에 내려앉습니다.
눈을 감은 모습은 또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네요.
담교일:
담교일이 찬찬히 자신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잠에서 깨자, 방안에 미묘한 공기가 고입니다.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마저 조심스러울 정도로……
달고 부드러운 기류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이 이토록 취향일 건 또 뭐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둘 중 하나는 분명합니다.
첫눈에 반했거나, 이 얼굴이 지독하게 이상형이거나.
서로에게 정신이 팔린 두 사람을 다시 깨우는 건,
호텔 복도를 뛰어가는 아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여행에 들떴는지 아침부터 씩씩합니다.
담교일:…슬슬 나갈 준비를 할까요.
강 열:...그럴,까요.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며 큼큼, 작게 헛기침을 했다. 뺨을 쓰다듬는 손길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아쉽다고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담교일:(손을 떼고 완전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까치집이 씌인 뒷머리를 대충 벅벅 문지르며 너를 힐끔 본다. …자다 깨도 예쁘네, 라는, 낯간지러운 생각을 했다.) 저는 머리만 감고 나오면 될 것 같은데… 당신은요.
강 열:(왜 머리가... 저렇게 귀엽게 헝클어져 있지? 퍽 진지한 얼굴로 네 뒤통수를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저는 세수만 하고 나오면 될것 같아요. 먼저 할까요? (정신 차려야지. 당신이랑 오늘은, 할게 많으니까.)
담교일:머리 말려야하기도 해서, 제가 먼저 씻고 나오겠습니다. 금방 나와요. (말을 덧붙이며 욕실로 향한다. 나갔다 오면 룸청소랑 컵이나 수건 따위는 새로 채워져 있겠지.)
강 열:그럼 옷 입고 있을테니까, 천천히 나오세요.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 세수를 했다. 사실 아직도 조금 졸리긴 한데.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은 실없이 보일 수도 있는 얼굴로 웃으며.)
담교일:(웃는 거 귀여워… 라는 생각은 입술을 꾹 닫아 참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어제의 축축함은 싹 사라진 욕실에서 다시 머리를 빠르게 감고, 드라이기로 말렸다. 대충 부숭부숭해진 결이 좋지 않은 머리카락을 비치된 빗으로 빗어 내린다. 옷은 뭘 가져왔더라. 혼자 돌아다녔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으로 욕실을 나왔다.) 씻으시죠.
강 열:(당신이 욕실에 들어간 사이에, 미적미적 캐리어에서 옷을 꺼냈다. 혼자서 여행할 줄 알고 그다지 옷차림에 신경쓰지 않은게 탈이다. 품이 낙낙한 셔츠와 편한 슬랙스 정도 밖에 없으니까. 끙, 한번 앓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문지르다, 잠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셔츠 단추를 잠그며 욕실에서 나온 당신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아, 네. 금방 나오셨네요.
담교일:…예, 뭐, 머리만 감으면 되니까요. (대꾸를 하며 배낭쪽으로 향한다. 욕실로 향하는 네 뒷통수를 빤히 쳐다보다가, 옷을 꺼냈다. 반팔 티셔츠에 검은색 청바지. 무난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네가 나오기 전에 빠르게 환복을 하고 보조로 가져온 카메라 가방에 낡은 필름 카메라와 지갑을 챙겨 넣는다.)
강 열:(수도꼭지를 아주 오른쪽으로 꺾어 얼얼할 만큼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어차피 반한거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네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할테니까. 바보같은 짓은 하기도 싫고. 수건으로 얼굴을 덮으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왜 데이트라도 가는 기분이지. 당신은 아닐텐데. 속으로 두어번쯤 앓고 나서야 욕실을 나설 수 있었다. 미리 챙겨두었던 작은 크로스백을 매고, 네게 고갯짓 했다.) 이제 가볼까요?
담교일:좋습니다. (어제 체크인할때 주워온 건지, 손에는 관광지 팜플렛이 들려있다. 운동화에 발을 넣으며 문을 열고는) 해바라기 밭까지 걸어가는 건 무리라고 하네요.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야한다고. 호텔에서 자전거 대여는 해주나 봅니다.
강 열:아, 자전거를 타고 갈까요? (날씨가 좋으니까. 운동화를 신으며 앞코를 바닥에 톡톡, 두드렸다. 문 밖으로 나가며 네 옆에서 팜플렛을 힐끗이며 바라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담교일:(네 말에 조금 놀란 눈을 했다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내려가죠. 버스 정거장은 그래도 호텔 앞에 있으니까 좋네요.
강 열:죄송해요. 교일 씨는 자전거 좋아하실것 같은데... (미안한듯 웃으며 너와 걸음을 맞추며 복도를 걷다, 마침 올라온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담교일:딱히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없습니다. (1층 버튼을 누르고 크흠, 목을 가다듬고는 아주 작게) 둘이서 같이 가니까 뭐든, 상관없어요.
강 열:아. (짤막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짧은 찰나에 수백개의 문장을 고르다가 겨우 뱉은 말이라고는,) ...다행이예요. 저도 교일 씨랑 가는게 좋거든요.
담교일:(괜한 말을 했나, 싶었지만, 따라오는 말에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여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여전히 분위기 좋은 로비를 지나 호텔을 나왔다. 여전히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영 싫지만은 않았다. 버스정거장으로 타박타박 걸음을 옮겼다. 정거장 판넬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확인하며) 저녁까지는 10분마다 한 대씩 오네요. 마을은 작은데, 관광지를 돌아다니기용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금방 오겠어요.
강 열:(밀짚 모자라도 가지고 올걸 그랬나, 하는 날씨지만 그걸 쓰고 있다면 당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퍽 아쉬울 뻔 했고. 너와 버스 시간표를 같이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 오겠네요. 여기서 잠깐 기다리면 되겠어요.
담교일:(네 말에 괜히 제 가방을 만지며)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기념이니까. 낡은 필름카메라일뿐이라서. 사진… 찍어드릴게요.
강 열:(그러고보니, 어쩐지 이 나이가 되도록 제 사진 한장을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증명사진 정도일까. 가방을 만지작대는 당신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저 되게 어색한 피사체일텐데요.
담교일:그건 저도 만만치 않아서요. (네 얼굴을 보며 따라 웃었다. 어쩐지 사진 찍을 때의 네 모습이 조금은 예상이 가서.) 많이 덥지는 않습니까? 생각보다 날이 뜨겁네요.
강 열:저도 찍어드릴게요. 원하신다면요. (사진에 담긴 네 모습을 상상하자니, 꽤 좋을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음, 조금요. 그래도 더위를 많이 타지는 않는데. 역시 여름은 여름인가봐요.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아스팔트를 보자니 조금 더 더워지는것 같아, 목덜미 쪽을 손부채질을 했다.) 교일 씨는 괜찮으세요?
담교일:저도 더위를 많이 타지는 않아서요. (햇빛에 피부가 쉽게 탈만큼 예민한 나잇대도 아니었으니. 더워보이는 너를 몇 번 보며 시원한 커피라도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정거장 앞으로 매끄럽게 버스가 도착했다.) 탑시다. 버스는 그래도 시원할테니까요.
강 열:그럼 다행이지만..., 아. 벌써 왔네요. (버스 안으로 올라탔더니 과연 시원한 내부였다. 마침 비어있는 두자리에 창문쪽으로 붙어 앉는다. 제 옆자리를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당신을 불렀다.) 이 쪽이요. 앉으세요, 교일 씨.
담교일:(덩치가 큰 제가 과연 그 옆에 앉으면, 너는 더 덥지 않을지, 불편하지 않을지 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자차를 끌고 다녔으니 버스가 워낙 오랜만이어서 어색하기도 하고. 묘하게 구부정하게 등허리를 굽혀 -버스 차체가 키에 비해 낮았다.- 이동해 네 옆에 앉았다.) 20분정도 타고 가면 된다고 합니다. 도착하면 시원한 거 뭐라도 사서 마시죠.
강 열:(역시 버스는 네게 너무 작은 공간이였나. 미묘하게 몸을 구겨 앉는 그 모습에 웃음을 참으려고 옷깃을 꽉 말아쥔건 비밀이였다. 키가 이렇게나 크면 좀 불편은 하겠다, 싶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첫 만남도 그렇게 느꼈었지. 부러 벽 쪽으로 붙어 자리를 조금 더 내어주었다.) 그래요. 맞다, 제가 커피 사드릴게요. 어제 룸서비스도 다 치워주시고.
담교일:(단호한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은데, 괜찮다고 하면 어쩐지 네가 토라져버릴 것 같아서. 나즈막하게 웃음소리를 낸다.) 별 일은 아니었는데, 사주신다니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버스가 도로를 따라 달리면 아지랑이 낀 풍경을 통과합니다.
이름 모를 희고 고운 꽃들이 만개 했습니다.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바라기밭 입구입니다.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해바라기밭엔 당연하지만 만개한 해바라기가 한창입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넓습니다.
사람 키만큼 껑충 자란 노란 꽃들은
일제히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초록으로 물든 줄기의 바다와 그 위를 떠다니는 노랗고 검은 꽃들.
햇볕이 피운 아지랑이 때문에 어딘가 흐릿해 보이는 것마저 여름답습니다.
입구에서는 얼음이 잔뜩 든 냉커피나 밀짚모자를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의 전설이 적힌 안내문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해바라기를 다시 보자니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저 모든 꽃송이가 사랑에 눈먼 시선인 것처럼…….
정해진 길을 따라 그사이를 드나들 수 있습니다.
성긴 줄기를 밀치며 구불구불한 길을 걷노라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기분이 듭니다.
이 끝에는 태양이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란 풍경을 두고 선 담교일이 뒤를 돌아봅니다.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어서,
노랑이 아닌 것은 사람이 전부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시선을 뗄 수 없다고 느낍니다.
해바라기가 해를 쫓는 것처럼,
강 열은 담교일을 바라보고,
담교일은 강 열을 바라봅니다.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선을 돌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담교일:…여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요. 예쁘네요.
강 열:... (온통 노란빛인 풍경 사이에서 당신의 존재가 생소하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사라질것 같은. 잠시 넋을 놓고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홀린듯이 다가가 네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 먼저, 찍어드릴게요.
담교일:(저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시적인 충동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허겁지겁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네 손에 손때가 제법 탄 카메라를 올려주고는, 민망하다는 얼굴을 한다.) …누가 들으면 웃겠네요. 당신이 훨씬 더 예쁩니다. 꽃처럼요.
강 열:(조금 낡은듯한 카메라. 당신이 오래 썼다는 증거같아서 좋았다. 그런 물건을 만질 수 있다는 것도. 촬영 버튼을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든다.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들이 현실성이 없었다. 꽃처럼요, 하는 목소리도.) ... 누가 들으면 웃겠어요. (당신의 말을 따라하며 웃었다. 이제 얼굴에 열이 오르든, 말든 상관 없다는 것처럼.)
담교일:(어물쩡하게 해바라기 사이에 선다. 그것만으로도 사진 결과물이 예상 되어 스스로에게 비웃음을 살짝 흘리고는 어색하게 서서 웃는다. 자세는 어색했지만, 널 보며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웃음은, 어쩌면 이틀간 네가 봐왔던 미소중 제일 밝았을지도 모른다.)
강 열:(웃어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어느때보다 환하게 웃어보이는 당신이였으니까. 열차의 식당칸, 어제의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에 뺨을 쓸어내리던 손길까지. 셔터를 누르며 모든 감정을 사진에 담는 기분이 든다. 이걸 무엇이라고 정의 할 수 있지. 찰칵, 사진이 찍히는 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담교일:…예. 당신 사진도 찍어드릴게요. (카메라를 달라는 듯 이번엔 제 쪽에서 손을 뻗는다. 나중에 어떻게 만나서,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어쩐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강 열:(당신을 찍는건 어렵지 않았는데, 이제 제가 찍히려니 영 어색하다. 조금 머뭇거리다 카메라를 건넸다. 툭, 얕게 스치는 피부에 문득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다가, 입술을 달싹이며 천천히 물러난다. 해바라기 사이에 자리 잡고 서는데, 그렇게 이상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어설프게 브이라도 얼굴 옆에 해보고.)
담교일:(어설픈 손가락도, 어색한 미소도, 하나같이 담교일의 눈에는 예뻐 보였다. 징하다고 느낄만큼 우습게도. 익숙하게 카메라를 쥔 자세를 고쳐 잡고 섰다. 촬영 버튼을 다 덮은 두터운 손가락이 잠시 뒤 찰칵, 소리와 함께 눌린다. 입가에는 어쩐지 만족스러운, 혹은 뿌듯하다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다.) …예쁘네요. 좀 더 구경하고 이동할까요?
강 열:(영 만족스럽다는 얼굴에 괜찮아 보였나, 싶어졌다. 카메라 앞에 서는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고, 그게 하필 마음이 가는 사람 앞이라 더 그렇고. 예쁘다는 말에 부러 제 양 뺨을 문지르며 얼른 네 옆에 가서 섰다.) 그래요. ...이렇게 꽃이 많은데는 또 처음 봐요.
담교일: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들어 해바라기 밭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엽서로 인쇄해 너에게도 하나 줄 생각을 해야지, 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도 기분은 한껏 들뜬다. 아마도, 네 옆이라서 그런 것 같다.)
호텔 스미스의 등 뒤론 긴 숲이 펼쳐집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가 우거지며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에는 눈이 쌓이는, 언제 보아도 좋은 풍경입니다.
호텔의 산책로는 바로 산으로 이어집니다.
이럴거면 해바라기밭에 가기 전에 먼저 들릴까 싶지만,
어차피 숙소로 돌아와야 하니 순서에 상관은 없겠죠.
햇빛과 해바라기 속 상대를 본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무 사이, 잘 가다듬은 흙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몇 보입니다.
투명한 낮 햇살 아래, 옅은 녹색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 나무들은 끝나지 않는 도미노처럼 빼곡합니다.
숨을 들이키면 산뜻한 풀 내음이 삽시간에 폐까지 닿습니다.
카샤 (GM):행운 판정 한 번 돌려볼까요?
강 열:
부시럭, 낮은 풀이 움직여 고개를 돌려봤으나 도망가는 고양이의 뒷모양만 보입니다.
담교일은 이 숲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정상에 다다르면 볼 수 있는 연리지 때문입니다..
담교일:…죽을 때까지 함께라니, 멋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곳에 와서 강 열, 당신을 만난 것도 의외겠죠.
당신을 바라보며 담교일은
담교일:왜 사람들이 그렇게 운명을 기다리는 지도, 알 것 같습니다.
라고 합니다.
첫눈에 반한 상대가 생기다니 로맨틱하잖아요.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볼까요.
담교일:나무 그늘 덕인지 아래만큼 덥지는 않네요.
강 열:그러게요. 이런 산책로도 좋고요. (감상적이 되기 쉬운 풍경이다. 죽을때 까지 함께한다는 나무를 당신과 보러 간다는것도 미묘하게 설렜고.)
담교일:그래도 낮이 지나면 선선해지더라구요. 도시는 한여름에도 열대야같은데. (발개진 네 얼굴에 얼음물을 사올걸, 하는 작은 회를 했다.)
카샤 (GM):듣기 판정 한 번 굴려주세요!
강 열:
어르신A: 이 숲 어딘가에 ……의 샘이 있대.
어르신B: 요즘 누가 그런 걸 믿어?
나이가 지긋 한 어르신들이 웃고 떠듭니다.
담교일:(힐끔, 어르신들 쪽을 보았다가) …무슨 얘길까요? 샘?
강 열:무슨 무슨... 샘이였는데 말이죠. (고개를 갸웃이며 당신을 올려다 본다.) 가는길에 있으면 한번 보면 좋을텐데.
담교일:흠… (잠시 고민하더니) 여쭤보고 올까요? 관광객들 질문에 대답정도는 해주실텐데.
강 열:그럴까요? 안그래도 궁금했거든요. (웃는 얼굴에 희미하게 마주웃으며 자연스레 네 옷깃을 살짝 잡아 끌어 어르신들 근처로 다가갔다.)
어르신A: 어어? 관광객이야? 글쎄, 이 숲 어딘가에 불로불사의 샘이 있다잖아.
어르신B: 에이, 요즘 누가 그런 걸 믿어?
어르신B: 헛소문이라니까 그러네.
어르신A: 뭐 어 때, 재밌잖아. 진짜 있다면 마실 거야?
어르신B: 마시기만 하겠어? 물탱크라도 가져 와야지.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강 열:…재밌는 소문이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다가, 작게 웃으며 당신을 돌아보았다.)
담교일:그러게 말입니다. (널 따라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타달린의 풍경은 대단히 아름답지만, 사람도 동물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젊은이와 늙은이가 다 함께 말이에요.
어르신들은 숲을 유명하게 만들려는 타달린의 수작이다, 타달린의 늙은이들이 꿈을 꾸는 거다, 약수는 원래 몸에 좋다며 분분한 의견을 나눕니다.
그리곤 담교일과 강 열을 보며 한참 좋을 때라고 말합니다.
어르신A: 우리도 그대들만 할 땐 두려울 게 없었어.
어르신B: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지! 그러니 하루하루 아껴 쓰도록 해.
잔소리 같기도 회고 같기도 한 다정한 말들이 쏟아집니다.
정작 샘의 위치를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산 속에는 얕은 시내가 전부로 샘이나 호수라고 불릴 법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물놀이하고 싶다면 해바라기밭으로 가야 한다는군요.
담교일은 불로불사의 샘보단 연리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산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하네요.
담교일:산까지 올라가실거죠? (혹시나 힘들어 돌아가려나, 싶은 마음에 질문했다.)
강 열:아, 가야죠. (불로불사의 샘이라니, 하여간 재밌는 마을이다 싶어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퍼뜩 고개를 끄덕였다.)
담교일:괜찮습니다. 천천히 함께 가면 되죠. (뭘 그런걸로 양해까지 구하냐는 말투로 웃으며 산을 오르는 길로 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산을 오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왕복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낮은 산이라지만,
대화를 하면서 오른 탓일까, 숨은 금세 턱 끝까지 찹니다.
정제되지 않은 흙길, 불규칙하게 설치된 나무 계단, 주변에 잡을 난간도 마땅치 않은 오르막길이라니 그럴 만도 하죠.
카샤 (GM):강 열 근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미끄러운 산 길에 강 열은 순간, 넘어질 뻔 합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을 밟는 소리와 함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집니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먼발치에서 울어댑니다.
귓가에 이명이 도는 것 같습니다.
이만큼 가까워지자 다시 한번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쿵, 쿵.
누구의 것이라고 구별할 수 없는 박동이 교차합니다.
귀 끝이 빨개진 담교일이 먼저 강 열을 놓습니다.
날이 덥다며 애먼 소리만 합니다.
문득 빈손이 눈에 띕니다.
비탈길을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붙잡을 것이 마땅치 않으니 손을 잡는 게 좋지 않을까요?
손을 잡고 싶은 게 아니라…….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강 열:... (잠시 당신을 조금 붉어진 낯으로 바라보다, 머뭇거리며 손 끝을 살살 붙잡았다. 아까는 겨우 용기내서 옷 자락이였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핑계가 있으니까.)
담교일:아... 예, 그렇게 하죠. (살짝 잡힌 손을 깍지 껴 힘주어 잡았다. 구차하게 덧붙이는 말이 어쩐지 귀여워 속으로 웃음을 삼킨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산길을 걷습니다.
올라갈수록 인기척은 줄고 나뭇잎만 무성합니다.
세계에 덩그러니 둘만 남은 것처럼.
위로 드리운 나무들과 아래로 자라난 풀들이 시야를 방해합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점점 길이 좁아집니다.
녹음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햇빛이 닿지 않아 슬슬 어두워지면,
새의 날갯짓 소리마저 생생하게 들립니다.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맥박도, 심장이 뛰는 소리도 선명해집니다.
어깨가 아슬아슬하게 닿을 법한 거리를 두고 걷다 보면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담교일:…아. 저 나무인가 봅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담교일이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킵니다.
정상에 다다랐는지 평평한 공터가 펼쳐집니다.
풀꽃과 잡초가 전부인 그곳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건 꼭 손을 잡은 두 사람처럼 보입니다.
기다란 나무들은 각기 자라나선 중간에 난 가지들을 통해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이 나무의 가지고 저 나무의 가지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둘이되 하나인 꼴이 사이 좋아 보입니다.
일부가 이어진 탓에 서로에게 기운 나무들은 떨어지기 싫은 연인 같습니다.
그저 나무에 지나지 않는데, 고작 저 한 부분 때문에 이렇게 달리 보이네요.
담교일은 드디어 연리지를 직접 본다는 사실에 들떴는지 이어진 가지를 몇 번이고 만져봅니다.
얼마나 오래도록 붙어 있었던 걸까요.
인위적으로 부서뜨리거나 나눠두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담교일:힘들긴 하지만, 올라오길 잘 한것 같군요.
강 열:그러게요. ……예쁘네요. (이상한 감상을 떨칠 수가 없다는듯 조금은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우리가 겹쳐 잡은 손가락과 손이 저 나무들의 가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교일:예. 그냥… 얘기만 들었을 때 멋있을 것 같아서요. (잡은 손은 놓지 않은 채, 반대손으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이걸 보러 이 먼 마을까지 온 거기도 하구요.
강 열:(카메라를 들어 나무를 찍는 당신을 돌아본다. 그대로 한 폭의 풍경 같다. 그 프레임의 바깥에서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나도 속하고 싶은 욕심이 들만큼 예뻤다. 문득 마주치는 시선에 조금 놀란듯 눈을 파르르, 깜박이다 어색히 웃었다. 아직 열이 가시지 않은 뺨이 조금 더 붉어졌다.)
담교일:(투명한 물에 붉은 물감을 한 방울 톡 떨어트린 듯 발갛게 열이 피어오르는 네 뺨을 얼핏 보고 있자니 참 예쁘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낯간지러운 생각을 하면서도 영 싫지만은 않은게 꼭 너라는 사람에게 홀린 것도 같았다. 예쁘네. 그래, 예쁘다. 선선한 바람에 나부끼는 까만 머리카락도, 저를 보며 웃는 입술도. 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구구절절 풀어 설명하진 않아도 너는 의미를 알테였다. 너 같은 운명이면, 까짓거 한 번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강 열:(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싶겠지만 세상에는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일이 투성이다. 여행에서 첫눈에 반하고, 이렇게 손을 잡고 연리지를 보러오는. 잡은 손을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겨우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여기에 한참 더 있고 싶지만, 산은 금방 어두워 지니까.)
담교일:(이번에도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라고 말할뻔 했다가 참았다. 무슨 녹음기도 아니고 방금 했던 말을 또 할순 없었다. 근데 그게 제 생각임은 틀림이 없지만.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바람이 더 차가워지는게 해가 기울어지고 있음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연리지를 다 본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옵니다.
하지만 출구에 다다를 때까지 샘은커녕 물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던 풍경은 다 어디로 가고,
그 위로 노을이 새빨갛게 내립니다.
타달린은 외딴 마을로 밤이 되면 가로등도 거의 없습니다.
여름은 해가 길지만, 밤이 시작되면 어두워지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돌아오는 동안 하늘의 모든 색을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 스미스의 정문부터 입구까지는 꼬불꼬불한 가로등들이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납작한 징검다리가 장식처럼 박혀 있습니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뒤에서 담교일이 당신을 부릅니다.
담교일:열 씨, 곧 불꽃놀이 시작할 시간인데…
그러고 보니 여름엔 불꽃놀이 시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고…….
완전히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강 열:…저 일정 교일 씨랑 지내는것 밖에는 없는데. (당신은 아니라면 혼자 호텔에 있을게요. 우스갯소리처럼 대답하며 작게 웃었다.)
담교일:그럼 숙소에서 보도록 하죠. 밖은 춥기도 하고, 사람도 많을 텐데. (잠시 고민하다가) 매점에서 뭐라도 사갈까요. 배고프지 않겠습니까?
강 열:좋아요. 어제처럼 와인을 마시는것도 좋겠고. (잡은 손을 문득 바라본다. 이걸 놓아야 하나. 당신이 행여나 곤란해 할까 싶어 슬쩍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뭐 먹을까요?
담교일:(딱히 손을 놓을 생각이 없는 듯하게 굴며) 글쎄요, 뭐든. 일단 매점으로 가볼까요? 배를 채울만한 걸 사서 먹고 자도 좋을 것 같네요.
강 열:(모르겠다. 조금 뻔뻔해지고 말지. 좋아하는 사람 손 잡을 수 있는게 흔한 일도 아니고. 괜스레 손을 꼭 말아쥐며 발을 내딛었다.) 그럼 가요.
담교일:(호텔에 속해있는 매점으로 향해 걸으며 술보다는 간단하게 마실 차가 좋으려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술은 어제도 마셨으니까.) 발 아프지는 않으십니까. 아까 넘어질뻔도 해서.
강 열:아. 조금… 욱신거리는거 말곤 괜찮아요. (대충 주무르면 나을것 같기도 해서, 그다지 신경쓰이는 통증이 아니였다. 너를 따라가며 매점에서 뭘 사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듯 골똘한 눈이 됐다.) 교일 씨는, 뭐 드시려구요?
담교일:(욱신거리기는 하는 구나. 파스를 챙겨왔던가. 매점에서 파스도 하나 사는 거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뭐 저는… 군것질은 잘 안합니다. (그럴 것 같은 얼굴이니 예상은 했을거라 생각하지만.) 견과류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강 열:그래요? 왠지… 초코 케이크 같은거 좋아하실것 같았는데 말이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얼굴로 웃으며 호텔 안의 매점을 찾아 안으로 들어섰다.)
담교일:(초코케이크라니, 단어만 들어도 단 것 같은걸. 이리 생각해도 저리 생각해도 농담 같으니 가볍게 넘기며) 차 마실까요. 차가운 홍차가 좋겠네요.
강 열:(정말인데. 좀…덩치가 있으실 뿐이지. 꽤 귀엽고 큰 사람 아닌가? 오히려 모르겠다는듯한 얼굴을 기울이다 고갤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술보다는 차가 좋겠네요. 불꽃놀이 봐야 하니까.
담교일:(매점 안에서는 손을 놓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먹고 싶은 거 골라오세요. (라고 말하니 어쩐지 기분이 좀 묘하긴 하다. 가르치는 학생 데리고 편의점 간 것도 아니고.)
강 열:(아. 손이 텅 비자 그새 아쉬운듯 짤막히 탄식했다. 네게 들리진 않겠지만.) 뭐… 교일 씨도요. (괜스레 뒷목을 쓰며 주변을 둘러보다 과자 코너로 향했다. 당신이 뭘 좋아할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단거는 빼고.)
담교일:(과자코너로 가는 모습을 보고 냉장고로 향한다. 단 걸 좋아하려나. 홍차 몇 종류와 녹차 한 두개, 이온음료와 탄산음료도 챙겨 바구니에 넣었다. 아이스크림도 좋아할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도 맛별로 몇 개 집어 넣었다.)
강 열:(달지 않은 과자가 몇개 없어서 그 앞에서 제법 골머리를 썩혔다. 감자맛 과자 두개, 아몬드랑 호두. 그정도만 손에 든 채로 코너를 빠져나왔다. 냉동고 쪽에 있는 당신 옆으로 소리 없이 다가가 쿡, 어깨를 찔렀다.)
담교일:아, 예. 뭐. (멍청하게 대꾸해버린 다음 머쓱해졌는지 제 목덜미를 주무르다가 네 손에 든 거를 바구니에 옮겨 넣고는) 이거면 되겠습니까? 뭐, 빵이라도….
강 열:아. 그럴까요? (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디론가 갔다오더니, 빵을 대여섯개쯤 품에 안고 돌아왔다. 빵을 좋아하시나 보네. 그럼 많이 드셔야겠다, 하는 생각에 두서없이 주워온거였다.) 이거면 될까요?
담교일:(너 먹고 싶은 거 골라오라는 거였는데, 누가봐도 저를 생각해서 골라온듯한 양에 헛웃음을 삼켰다. 돌아가는 차에서까지 먹고도 남겠군.) 예. 계산하고 올라가죠. 가서 먹을 거 준비하면 시작하겠네요.
강 열: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핸드폰의 화면을 바라보며 얼른 계산대로 다가가 빵을 내려놓고, 바구니 안의 음식들까지 계산했다.) 저 불꽃놀이, 사실 처음 봐요.
담교일:(카드를 들고 멀뚱히 서있다가 너를 바라본다. 누가봐도 제 위장에 들어갈 게 더 많은데 왜 네가 계산을 하는지. 내일은 꼭 점심, 저녁까지 자신이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상하긴요. 딱히 찾아 가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못 봤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기껏해봤자 대학시절에 한 번 본게 다이고.
강 열:대학생때도 본 적이 없네요. 너무 팍팍하게 살았나. (머쓱히 웃으며 봉투에 담아준 음식들을 받아들었다. 어차피 같이 먹는거고. 멀뚱히 서있는 당신도 꽤 귀엽고. 그러다 반대편 손을 내밀었다.)
담교일:앞으로 찾아 보면 되죠. 같이 갈 사람도 있는데. (그게 꼭 자신이라는 듯이 얘기하며 웃고는, 봉투를 뺏어 들고 빈 손으로 네 손을 잡았다.) 높은 층이라 더 가까이 볼 수 있겠네요,
강 열:그게 누군데요? (알지만 부러 질문을 던진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듯 웃으며 얼결에 비어버린 손에 웃음을 터뜨렸다. 어차피 다시 주라고 하면 실랑이가 벌어질테니까, 잡은 손이라도 꽉 맞잡아 주는 수 밖엔.)
담교일:뭐, 담교일이라고 덩치크고 무섭게 생긴 사람 있습니다. (괜히 시선을 피해 대답하며 맞잡은 손을 꼭 잡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그거 아마, 엄청 이상하게 찍힐텐데요.
강 열:전 귀엽게 생긴분이 취향인데. (담교일 씨, 그런 사람 같은. 성큼성큼 걷는 너를 웃으며 졸졸 따라간다. 누가봐도 놀리는듯 싶지만 말투는 퍽 진지하다.) 왜요. 예쁘게 찍힐거예요.
담교일:(앞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초점도 나가고, 역광때문에.. 귀신처럼 나올걸요.
강 열:그런 귀신이라면 또 좋네요. 안그래요. (웃으며 호텔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자꾸 웃음이 헤퍼지는것 같은데, 뭐 어떤가 싶기도 하고.)
담교일:현상해주는 사람은 아닐텐데... (작게 중얼거리며 네 얼굴을 흘끔 본다. 웃는게 참 예쁘다. 처음 역에서 부딪혔을때만 해도 이리 웃음이 많아 보이진 않았었는데. 곧 도착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가볍게 손하고 발만 씻고 나오고, 샤워는 자기 전에 하도록 하죠. 안 하고 자기엔 땀을 많이 흘렸으니….
강 열:(그런가. 당신이 뭐 어때서. 잘생기기만 했는데…. 영 모르겠단 눈으로 끙, 하고 앓다가 방의 층을 누른다. 그렇게 말하는 네 모습을 가만 보다 그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댔다. 선선히 웃으며 손을 당겨잡는다.) 알겠어요, 알겠어요. 저 그렇게 어린애 아닌데. 나이도 먹을 만큼은 먹었고 말예요.
담교일:(어깨에 닿은 머리가 주는 무게감이 영 나쁜건 아닌지라, 굳이 밀어내지 않는다. 동그란 뒷통수도 참 귀엽다, 라는 생각을 하며 깍지 낀 손에 힘을 한 번 가볍게 쥐었다가 놓는다.) 딱히 애취급 한 건 아니었는데, 기분 나빴으면 미안합니다.
강 열:기분 안나빠요. 신선하다면 모를까. (저보다 연상인건 맞는데, 얼마나 연상인지는 몰랐다. 그건 뭐,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우리가 여기서 만나고 그만 둘 것 같지는 않으니까.) 교일 씨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손 발도 씻고, 샤워도 자기 전에 하고.
담교일:(몇 번 더 뒷목을 주무르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가방에 챙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침과 다르게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된 룸을 눈으로 훑었다. 슬리퍼도 어느새 두 세트가 되었고.) 제가 발코니에 준비해둘테니 씻고 나오세요.
강 열:(그새 두명이 자는 방 같이 세팅 된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제 옆의 사람이 그새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제 네 손에서 쏙, 봉투를 빼앗아들어 테이블에 놓는다.) 싫어요. 어제도 다 치워주셨으면서요. (웃는 눈으로 퍽 단호한 투. 네 등을 살살 밀어 욕실로 밀어넣었다.)
담교일:(의외로 고집이 세구나. 싶어서 머쓱해진 제 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가방을 구석에 벗어 놓았다.) 네, 그럼 금방 나오겠습니다. (하며 화장실로 쏙 들어가니 금새 물을 트는 소리가 욕실 밖으로 작게 새었다.)
강 열:(너를 화장실로 밀어넣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는듯, 봉투를 열어 하나하나 꺼내놓았다. 음료수도 꺼내놓고, 빵도 가지런히 놓고. 과자 봉투도 열어두고. 아이스크림은 냉동고에 서둘러 넣어둔다. 워낙 사소해서 전혀 수고스럽지 않았다. 발코니 쪽으로 다가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제쯤 하려나.)
담교일:(빠르게 발과 손을 닦았다. 직원들이 새로 셋팅해둔 수건으로 발을 닦고 나오니 열려진 발코니 밖으로 네가 보였다.) 열 씨, 곧 시작할지도 모르니까 씻고 나오세요. ( 쓴 수건을 의자에 대충 걸며 슬리퍼를 직직 끌어 발코니 가까이 다가간다.)
강 열:아, 네. (금세 나온 너를 돌아보며 저도 서둘러 화장실로 향하려다가, 괜스레 네 앞에 멈춰섰다. 음. 눈을 한번 굴리다가 대뜸 손을 살살 끌어 잡고 작게 흔든다. 금방 올게요. 웃길지도 모르지만, 뭐 손 하나라도 더 잡고 싶은걸 어떡한다. 얼른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문득 거울을 보고 있자니, 하루종일 이런 붉은 얼굴 빛이였다는게 창피하기 짝이 없기도 하고….)
담교일:(잡았던 손의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아 간지럽다. 반대편 손으로 제 손을 살살 만지며 의자에 앉았다. 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과자봉투를 보고, 손끝으로 차가운 녹차병을 매만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분이 참 묘하다.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에 살랑거리는 마음이 꼭 저 바람같아서 간지럽다.)
강 열:(씻는 김에 세수도 한번 해줘야 했다. 열감을 가라앉히려고.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이 밖에 있으니 서둘러 물기를 닦아내고 네게로 향했다.) 저 왔어요. 빨리 왔죠. (칭찬이라도 바라는 듯 말을 건네며 다가간다.) 언제 시작할까요, 불꽃놀이는.
담교일:예, 잘했습니다. (가볍게 웃어주며 흘끔 너를 바라본다. 앉으라는 듯 미리 빼둔 의자를 턱으로 살짝 가리켰다.) 금방 시작하겠죠.
만반의 준비를 끝낸 그때,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불꽃놀이가 막 시작합니다.
옆 방에서도 불꽃놀이를 기다렸는지 탄성이 들리고,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담교일도 옆에서 홀린 듯이 그 풍경을 보고 있습니다.
위아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새카만 밤,
먼 하늘에서 불꽃이 터집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색색의 화약이 꽃을 그리며 바닥으로 쏟아집니다.
붉은 원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황금 무지개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눈처럼 창백한 꽃이 피었다가 집니다.
강렬하게 폭발한 불꽃은 삽시간에 흩어지며 점멸하더니 기어코 흔적 없이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고 맙니다.
별보다 더 화려한 밤하늘을 보고 있을 때,
담교일이 슬그머니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피곤해서인지 그저 그러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밤이라지만 여름은 아직 후덥지근합니다.
타인의 체온이 필요할 정도로 추울 리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더워죽을 지경입니다.
어깨가 뜨끈뜨끈하고, 목덜미로 땀방울이 흐르는 감각이 선연합니다.
그런데도 왜 밀칠 기분이 들지 않는 걸까요.
담교일도 더운 숨을 내쉬지만,
멀어지거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 걸까요?
.
.
세상은 불꽃이 폭발하는 소리로 요란한데,
603호만큼은 2인분의 심장 소리가 더 소란스럽습니다.
밤도 저물어 갑니다.
*
호텔 스미스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부쩍 피곤합니다.
겨우겨우 눈을 뜨니 담교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얼핏 본 현관에 신발은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 안에 있다는 건데…….
침대에도 소파 베드에도 담교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 맨발로 나가지는 않았을 거고.
욕실의 문이 닫혀 있는 게 눈에 띕니다.
물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노크해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
화장실에도 없나?
문고리를 돌려보면 안쪽에서 잠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령이나 도둑이 아니면 담교일이 들어간 게 맞을 겁니다.
담교일:…… (한동안 말이 없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작게 중얼거리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카샤 (GM):듣고 싶다면 듣기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담교일:오늘 뭔가……, 몸이 이상해서…….
어디가 이상하냐, 아픈 거냐 물어도 담교일은 그런 게 아니라고만 합니다.
담교일:그… 얼굴 상태가 좀……… 안 좋아서.
담교일의 말인즉,
오늘따라 얼굴이 영 이상해서 보여주고 싶지 않답니다.
어제 이미 질리도록 본 얼굴인데 새삼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되려 강 열에게 혼자 나갔다 오라고 말하지만…….
어차피 나가려면 씻어야 하는걸요.
카샤 (GM):설득하려면 대인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설득이 통했는지 문이 열립니다.
한 뼘쯤 열린 문 너머,
담교일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수건을 빼앗으면,
카샤 (GM):관찰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담교일의 말마따나 오늘은 피곤해 보입니다.
딱히 눈그늘이 진 것도 아니고, 초점이 흐린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눈 아래가 살짝 꺼진 것도 같기도 하고.
피부가 까슬까슬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제 햇빛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가?
카샤 (GM):정신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이상합니다.
그런 얼굴이라도,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도 모르게 뺨에 손을 대고 싶어질 정도로요.
담교일:후… (욕실을 비워주며) 일단 씻고 나오세요, 열 씨.
강 열:... (잠시 말이 없다가, 욕실을 나가려는 네 얼굴을 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잠시 그 앞에 서서 뺨을 만지작 거렸다.) 아프신건, 아니죠?
담교일:(살짝 웃어보이며) 전혀 아픈 건 아니니 걱정말고 씻고 나오세요.
강 열:…일단 알겠어요. (영 걱정을 거두지 못한 얼굴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까지는 괜찮아 보였는데. 욕실의 문을 닫고 물을 튼다. 약국이라도 들러봐야 하나.)
강 열이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살펴보면 자신의 얼굴도 담교일과 비슷합니다.
어제 피곤했는지 평소보단 퀭해 보이네요.
햇빛이 강해서 그랬을까요?
모자를 챙겨 가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담교일:(나가긴 해야할테니,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챙겨 쓴다. 어제 사고 남아 냉장고에 넣어둔 이온음료도 가방에 챙겨 넣고 너를 기다린다.)
강 열:(빠르게 샤워하고 나와서, 젖은 머리도 얼른 수건으로 문질러 닦아내며 챙겨간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이상하다. 어제 분명 괜찮은 컨디션이였는데, 어째 제 얼굴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까슬한 빰을 부비며 너를 도와 가방에 물이며 지갑을 챙겼다.)
담교일:햇빛도 많이 받고, 등산까지 했으니까요. (네 앞에서서 빤히 네 얼굴을 보다 괜히 뺨을 한 번 쓱 쓸어내리고는)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해변하고 기찻길... 두 군데 정도 남았더군요.
강 열:(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잘 보이고 싶은데…. 오늘 얼굴이 왜 이러지. 꽤 불만스러운듯 잠시 미간을 구기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웃으며 너를 돌아본다.) 해변이랑 기찻길…. (어느쪽이 좋을까. 잠시 고민하는듯 싶다가, 결국 네게 다시 질문을 돌렸다.)
담교일:해가 뜨거우니 기찻길 쪽으로 가보죠. (해변은 사람도 많을테니까요, 하고 덧붙인다. 미간을 구긴 것도 제법 귀여운데 이런 걸 보고 콩깍지라고 하던가. 너를 데리고 다시 룸 밖으로 나온다.)
로비로 내려온 두 사람은,
호텔 직원들이 조금씩 수군거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카샤 (GM):듣기 판정으로 엿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 열:
직원A: 그 1101호 손님, 좀 이상하지?
직원B: 사람이 음산한 게 수상쩍어. 같이 왔던 사람은 또 안 보이더라.
직원C: 관상이 무섭다니까.
흥미로운 이야기에 담교일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직원들은 손님에게 호텔 내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조금 머뭇거립니다.
카샤 (GM):대인 기능 판정굴려주세요!
강 열:
조금 피곤해보이는 얼굴이라도, 예쁜 얼굴이 어디 가나요?
직원들은 강 열의 얼굴에 홀려 술술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직원B: 그게, 1년 전부터 어떤 손님 두 분이 2인실을 장기 대여하셨거든요.
직원A: 투숙하는 동안 청소도 필요 없으니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직원C: 다른 한 분이 어디 갔는지 걱정이에요.
옆에 서 있던 직원들이 다 같이 겁에 질린 한숨을 뱉습니다.
체크아웃할 때도 한 명만 나오면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냔 수군거림도 함께입니다.
1101호라면 거리가 제법 있지만…….
찜찜하긴 하네요.
나가려던 찰나에 검은 모자를 푹 뒤집어쓴 남자와 잠깐 부딪히나,
강 열이 사과의 말을 건네기도 전에 그 사람은 사라집니다.
어쩐지 하늘이 우중충한 기분이 듭니다.
직원들은 저 사람이 바로 1101호의 숙박객이라고 덧붙입니다.
담교일:일단은 가볼까요.
강 열:음…네. 별 일이 다있네요.
담교일:조희가 신경 쓸 일은 아닐겁니다. 기찻길은 멀지 않다고 하니 걸어가도록 하죠. (하며 제가 챙겨온 모자를 네 머리에 푹 덮어준다.)
강 열:괜히 찜찜한 소문이예요. 참. (얼떨떨하게 웃으며 네가 씌워준 모자를 푹, 눌러쓰며 고맙다는듯 고갤 주억였다. 호텔 로비를 나가기 전, 깜박 잊었다는듯 멈춰서서 툭, 손을 내민다.)
담교일:(피식 웃고는 대답없이 네 손을 꼭 잡아 주고는) 벌써 내일이면 체크아웃이군요. 기차는 돌아갈 때도 똑같이 10시 30분 차라고 했나요? (기억을 가물, 더듬어본다.)
강 열:음, 네. 아마도요. (맞잡은 손을 만지작 거리는데, 영 아쉬운 얼굴이다. 같은 목적지라면,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했다. 아니라면 당신을 보려 또 열차 여행정도는 할 수 있기도 하지만.)
담교일:저는 한 시간 빠른 차라 같이 돌아가진 못하겠네요. (부스스 웃으며 네 손등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져주고는) …오늘 숙소로 돌아가면, 제 집 전화번호 적어드릴게요.
강 열:…할거예요. 교일 씨도 제 연락 받아주시기에요. (앞만 바라보고 걷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든 만날 수 있겠지. 우리는 잠깐의 이별에 슬퍼하기 보단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게 더 좋을테다.)
담교일:(네가 불쾌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제 안하는지 손을 괜시리 만지작 거리며 걷는다.) 이 쪽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많이 덥습니까?
강 열:아, 아녜요. 누구 덕분에 모자도 썼고요. (제 머리위의 챙을 툭, 건들며 선선히 웃는다. 네 연락처를 받을 생각에 단순히 기분이 좋아진 탓도 있고.) 기찻길 따라 걷는것도 재밌을것 같네요.
담교일:그러게요. 비소식은 모르겠는데 하늘이 조금 흐린게 어제보다 걷기는 좋군요. (이런 날에 등산을 했으면 좀 좋았으려나 싶지만, 또 정말로 비가 오면 그 쪽은 매우 곤란해지니, 차라리 이 일정이 좋다고 생각했다.) 마실 물도 챙겨왔으니 목 마르면 말하시고, 기찻길 쪽은 아마... 인기있는 관광지는 아닌지라 사람이 많지는 않을겁니다. (잠시 텀을 두었다가 덧붙인다.) 좋죠?
강 열:(잠시 말 사이의 간극에 눈을 꿈벅이다 문득 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재미 없을까봐 제 눈치라도 보는건지. 안그래도 호텔방에만 가만히 누워서 보낼 휴가였던걸, 온통 색칠해 준게 누군데.)
타달린에는 두 개의 기찻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강 열이 타고 온 기차가 달린 길이고
다른 하나는 버려진 기찻길입니다.
새로운 기차역이 들어서면서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요즘에 와서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방치된 기찻길에는 이끼와 잡초가 그득합니다.
썩은 나무처럼 칙칙한 색의 선로 위로 푸릇푸릇한 것들이 올라타고 있습니다.
자연의 한 풍경처럼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선로는 양쪽으로 나뉘어서 저 앞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위를 밟고 걸으면 오래전 기차가 달리던 길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선로 아래에 구르는 자갈이 달각달각,
기차만은 못한 바퀴 소리를 냅니다.
녹슨 선로를 따라 걷습니다.
이제는 쓰지 않는 철주, 고장나 제멋대로 깜빡거리는 신호기, 끊어지고 뒤엉킨 전차선 따위가 보입니다.
선로는 쭉 뻗었지만,
걷다 보면 연리지처럼 서로 맞닿는 구간이 나옵니다.
레일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
툭. 투둑. 툭. 툭. 툭.
경쾌한 소리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살피기도 전에 빗방울이 먼저 강 열의 콧잔등을 때립니다.
소나기입니다.
맑은 하늘이 굵은 비를 한 움큼 쏟고 있습니다.
카샤 (GM):관찰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두 사람은 저 앞에 열린 터널을 발견합니다.
버려진 기찻길 위에 있으니 마찬가지로 통과하는 이 없는 터널이겠죠.
하지만 비를 피하기 충분해 보입니다.
불규칙하게 쌓이는 물소리가 선로의 표면을 때립니다.
물줄기가 떨어지며 햇빛을 반사하는 통에 은색 실타래가 쏟아지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물방울이 바닥에서 부서지고,
왕관을 그리며 뛰어올라,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과정이
늘어진 필름처럼 천천히 시야에 새겨집니다.
달리는 사이
쾅
마른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이 발을 뗄 때마다
작은 자갈과 더 작은 물방울이 제멋대로 부딪치고 나동그라집니다.
비를 피해 터널 안으로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빗줄기는 더 세게 내리꽂힙니다.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이 추락을 견디지 못하고 위아래로 흔들립니다.
물 냄새와 물소리가 가득합니다.
이끼로 뒤덮인 터널 안에선 무슨 말을 해도 목소리가 웅웅 울립니다.
메아리치는 것 같기도 하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강 열:
비를 맞은 어깨가 축축해져 조금 짜증이 입니다.
시야가 트이고 나면 터널 벽에 새겨진 무수히 많은 낙서가 보입니다.
다녀간 사람들이 이름과 왔다 간 날짜를 적거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둔 모양입니다.
화살표 아래 쓰인 두 개의 이름, 반드시 결혼하고 말 거란 다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고백…….
유치한 사랑의 맹세도 종종 보입니다.
벽 아래에는 몽당 분필이 몇 개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어차피 버려진 터널입니다.
언젠가는 무너지고 부서지고 말겠죠.
그렇다면 그때까지라도,
흔적을 남겨두는 건 어떨까요?
담교일:(분필을 주워 벽에 담교일 이름 석자와 그 옆에 네 이름을 괜히 나란히 적어본다. 아래는 작게 오늘 날짜를 적는다.)
일기 예보는 분명히 맑을 거라고 했는데.
하늘이 맑으니 소나기 같습니다만,
언제 그칠지는 모르게 되었습니다.
담교일:(터널 밖으로 손을 내민다. 손바닥에 물방울이 토도독, 떨어져 손을 적신다. 비를 맞았음에도 뭐가 좋은지,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다.)
젖은 얼굴로 웃는 모습이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면,
단단히 콩깍지가 씐 걸까요?
카샤 (GM):정신력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비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입술이 닿은 뒤 입니다.
입맞춤 후에는 침묵이 감돕니다.
담교일:(머쓱하게 시선을 피한 채 터널 밖을 보며 뒷목을 주무른다. 귓 끝에 열감이 감돈다.)
강 열:……. (비에 손을 뻗고 있던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냥 사실, 당신이 좋은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고. 입술이 닿기까지의 과정이 흐릿했다. 그저 입을 맞추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했을거란건 확실하다. 괜히 터널 밖을 보는 얼굴에 잠시 입술만을 달싹거리다가,)
담교일:(네 물음에 입을 손으로 가린채 고개를 돌리며 큽, 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키스는 같이 했는데 너무 급했나, 라니. 이게 무슨 말인지. 답지 않게 큭큭, 소리를 참으며 웃다가 약간 붉어진 눈가를 하고 널 쳐다본다.) 제가 묻고 싶은데요, 별로였나 하고.
강 열:(네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올때, 고개를 슬쩍 들어 네 눈치를 살폈다. 확, 얼굴이 붉어진다.) 아니, 그런데 왜. …웃고 그러시는데요. (괜히 투덜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키스는 같이 했는데, 왜 부끄러운건 저 뿐인건지.)
담교일:…크흡, 큽. (간신히 웃음을 멈추며 목을 가다듬는다. 쑥쓰러워할 틈도 없이 조금 우스워서. 손을 뻗어 네 머리카락에 대롱대롱 달린 물방울을 검지와 엄지로 가볍게 훔친다.) …한번 더 해볼까요.
강 열:…교일 씨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조금 얄미운거 아세요. (약간 불퉁해진 얼굴을 문지른다. 그러다가도 머릿칼을 쓸어주는 손길을 차마 피하지는 못했다. 당신을 바랬으니까.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네 어깨를 감까고 천천히 끌어당겨 입을 열었다. 곧 포개어지는 입술이 뜨겁다. 바깥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담교일:그래요? (나른하게 웃으며, 네가 당기는데로 몸을 기꺼이 숙인다. 고개를 살짝 비틀어 입술이 닿았다. 거칠은 제 입술과는 다른 말랑한 촉감. 아침에 같은 치약을 썼을터인데 묘하게 향이 달았다.)
강 열:…그래요. (맞닿은 입술에서 뭉개진 발음으로 구태여 대답을 내놓으며 웃었다. 천천히 눈을 감고서 입을 맞춘다. 터널 안에서 물기어린 소리가 낯설게 울렸다. 나갈때면 터널 벽에 새겨진 우리의 이름 옆에 사랑한다는 말을 적어두어야지. 조금 식은 온도의 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싼다. 약간 들뜬 숨이 축축한 공기를 갈랐다.)
담교일:(맞닿은 입술을 가볍게 훑고, 살짝 벌어진 틈을 탐한다. 차가운 빗물과 다르게 몸은 따끈따끈하게 열이 오른다. 조금은 수줍기도 하고, 조금은 거칠기도 한 입맞춤이 길게 이어진다. 호흡이 조금 가빠질까? 싶을 쯔음에 아쉽게 떨어지는 입술이었다. 어느새 귀를 사납게 때리던 빗소리가 멎어 있었다.)
강 열:비가…, 멈췄네요. (약간 잠긴 목소리가 터널 안에 조용히 울린다. 네 입술 위에 굳이 한번 쪽, 소리나게 뽀뽀하고선 환히 웃었다.)
담교일:(제 입술에 굳이 쪽, 붙었다 떨어지는 네 입술을 저는 굳이 엄지로 가볍게 쓸어 내리고는 손을 뗀다.) 나가죠. 해변으로 가볼까요? 호텔 앞에 있단. 비가 와서 사람이 많을지는 모르겠군요.
강 열:사람이 없으면 좋죠. 우리 둘만 있고요. (젖은 네 어깨를 털어주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아차, 싶어 몽당 분필을 주워들어 이름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하트를 그려두었다. 킥킥, 웃음이 터졌다.) 됐어요. 이제 정말 가요.
담교일:소나기라서 가는 새에 또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분필을 줍는 네 행동을 힐끔 보고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이번엔 제가 먼저 손을 뻗어 네 손을 잡았다.) 여기는 해변이라고는 하는데, 자갈 해안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이하죠.
강 열:다들 홀딱 젖어서 호텔로 들어갔을지도 모르죠. 집이라던가. (이번에는 네가 웃음을 참는걸 눈치 못챘는지, 순순히 손을 잡고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그래도 비가 금방 멈춰서 다행이네.) 자갈 해안이예요? 모래가 없나보네요. 신기하게.
담교일:예, 그래서 더 특이하기 때문에 이 마을이 관광지로 유명할지도 모르겠군요. (여즉 물기가 조금 남은 옷을 툭툭 털고는 걸음을 옮긴다. 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유독 바람이 시원하다.) 더위가 가셔서 좋네요.
강 열:타달란 마을, 의외로 볼게 많다니까요…. 왠지 커플들끼리 오기도 좋고요. (가볍게 웃으며 너와 발을 맞춘다. 그러고보니 햇살이 조금 누그러진 기분이다. 온도도 내려간듯 하고.) 여름에 영 취약한것 같아요, 저는. (사실 겨울도 추워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잡은 손을 기분좋게 흔든다.) 교일 씨는, 어떤 편이예요?
담교일:뭐, 보다시피...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그러고보니 아무리 더워도 표정 변화가 별로 없던 담교일이었다.) 더위도 추위도 무던합니다. 살기 편하죠. 열 씨는… 타기보다는 빨갛게 익을 것 같군요. 그런 사람이 더 고생한다던데.
강 열:그건 조금 부럽네요…. (기찻길을 도로 걸으며 해안으로 향한다. 딱 봄 가을만 살만하던데, 저는.) 맞아요. 빨갛게 익더라구요. 그래서 따갑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나중에 겨울이 오면, 춥다는 핑계로 한번 딱 붙어 있어야겠다는, 그런 우스운 생각을 하면서.)
담교일:그런 사람들은 여름에도 긴팔을 입기도 하더군요. (부드러운 네 손을 쥐고 잡담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시야 가득 바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지난 후에 짙어진 자갈밭 위를 몇몇 사람들이 걷거나, 뛰거나 하고 있었다.) …바다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호텔 스미스에서 내리막길을 살짝 걸으면 해변에 도착합니다.
해변이라곤 하지만 모래사장은 아닙니다.
검고 흰 자갈이 둥글둥글 굴러다니는 자갈 해안입니다.
해수욕장은 좀 더 가야 해서 물놀이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발을 담그는 사람들은 종종 보입니다.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라 파도가 깨지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립니다.
거세게 휩쓸면 돌끼리 부딪히며 파열음이 번지기 때문입니다.
어두울 적에 들으면 꼭 사람이 우는 것처럼 들립니다.
해변 끄트머리엔 작은 해안 동굴이 딸려 있습니다.
밖에서 안을 다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한 동굴이지만,
물과 바람이 울퉁불퉁하게 깎은 돌벽이라든가,
입구를 가리는 담쟁이덩굴 때문에 제법 신기로운 분위기입니다.
동굴 안에서 바깥을 보면 새파란 하늘과 새파란 바다만 보입니다.
작은 병에 담아둔 풍경처럼 그렇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보자니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유난히 불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바다도 적당히 둘러봤으니, 가볼만한 곳은 다 돌아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고작 자갈밭인데, 조금 걸었다고 금세 발이 아파옵니다.
확실한 건 평소 강 열의 체력으로 별로 무리인 여정이 아닌데도,
급격하게 피곤해진다는 겁니다.
카샤 (GM):건강 판정 해주세요!
강 열:
도저히 한 발자국도 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쉬었다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담교일:(네 발을 힐끔 보고는) 조금 쉴까요. (이쪽도 어쩐지, 어제보다 훨씬 피곤해보이는 얼굴이긴 했다.)
강 열:... 그, 좀 앉았다 갈까요? (머쓱한듯 웃으며 어느새 턱 끝에 송골히 맺힌 식은땀을 쓸었다. 발도 아프고. 요새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해졌지. 그러고보니 아침에도 서로의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였던것 같은데...)
두 사람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합니다.
담교일:나이 먹을수록 쉽게 지치는 것 같습니다.
강 열:음, 그러게요. (기지개를 한번 쭉펴며 고개를 두어번 주억거렸다. 숨을 몇번 고르며 자갈에 주저앉는다.) 교일 씨도 앉으실래요?
담교일:예. (대답을 하고 네 앞에 쪼그려 앉더니 손으로 네 종아리를 꾹꾹, 어쩌면 조금 아플정도로 힘을 주어 주무른다.) 발목은 괜찮습니까?
강 열:(조금 아픈데. 뭐 이렇게 갑자기 열심히 주물러 주면 기특하고 감사해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고. 조금 머뭇거리다가 가방에서 물을 꺼내어 네게 건넸다.) 괜찮아요. 어제보다는 나은것 같거든요.
담교일:(물을 받아 뚜껑을 딴 다음 다시 네 손에 쥐어주고는 반대편을 주무른다.) 다행입니다. 파스 붙이는 걸 깜빡해버렸네요. (나이가 들었나, 하고 한 번 더 덧붙이며 피식 웃고는 주물주물.)
강 열:(따서 달라는게 아니라 마시라는 거였는데. 웬 나이타령까지. 얼빠진 얼굴로 문득 웃음을 터뜨리다 결국 한모금 마시고 다시 네게 건넸다.) 파스요? 괜찮아요. 이렇게 주물러 주시는데. (가까워진 거리에 이젠, 퍽 스스럼 없이 뺨에 입을 맞췄다.) 벌써 다 나은 기분이고.
담교일:(물병을 받아 들어 저 역시 단숨에 물을 들이킨다. 조금 목이 탔던 모양이다. 뺨에 닿은 입술의 감촉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자 어제처럼 귀끝을 붉게 물들이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가슴은 간질거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것보단 파스가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현대의학의 힘.
강 열:(목도 말랐으면서 먼저 주고. 하여간 이상하게 간질거리는 사람이다. 이젠 다리도 퍽 괜찮아 졌는지 제 허벅지를 통통, 두드려 보다가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저녁에 그럼, 파스 붙여주세요. (해주실거죠. 웃으며 네게 손을 내민다.)
담교일:그게 뭐 어렵다고요. (몸을 일으켜 엉덩이를 탁탁 털고, 제 손도 마주쳐 탁탁 털고는 네 손을 잡는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면 다시 이동합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담교일과 함께 있으면 가슴은 팔짝팔짝,
여느 때보다 열렬하게 뛰어댑니다.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 흐지부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죠.
다시 이동하려 할 때, 어디선가 기묘한 시선을 느낍니다.
카샤 (GM):관찰력 판정해주세요!
강 열:
강 열은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을 발견합니다.
머리 위의 태양은 쨍하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여름입니다.
워낙 날이 밝아 흙길 위에 새겨지는 그림자의 대비가 또렷합니다.
그리고 그 밝은 풍경 아래에서 강 열은 깜짝 놀랄 것을 보고 맙니다.
담교일의 얼굴이 삽시간에 늙어,
강 열보다 두 배는 더 나이가 많아 보이지 뭡니까.
눈가에 잔주름이 지고, 앳된 티는 보다 사라졌습니다.
이목구비의 배열은 똑같은데.
지금까지 옆에 서 있던 건 분명히 담교일이었는데도.
눈앞의 사람은 담교일이 아니라 그의의 부모, 내지는 삼촌 같습니다.
강 열의 얼굴을 본 담교일도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커다랗게 뜬 눈 위로 경악이 읽힙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피곤했다지만,
사람이 이렇게 삽시간에 늙을 수 있나요?
카샤 (GM):이성 판정 해주세요 (0/1d3)
강 열:
=
카샤 (GM):이성치 1 감소 후 지능 판정 해주세요
강 열:
평소보다 훨씬 심하던 피로, 유독 일어나기 힘들던 아침, 어딘가 좋지 않던 컨디션.
아침의 담교일이 자신의 얼굴이 이상하다고 말하던 이유를 깨닫습니다.
급격하게 늙고 있어서였구나.
어제와 오늘, 하루 사이에 적어도 20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눈이 뻑뻑하고 여기저기가 쑤십니다.
모든 기능이 삐걱거리는데, 딱 하나 팔팔한 것이 있습니다.
심장입니다.
상황 파악도 못 하고,
담교일을 보자 거세게 뛰기 시작합니다.
두근, 쿵, 두근, 쿵, 두근, 쿵.
가슴 뛰는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카샤 (GM):노화를 깨달은 지금 시점부터 몸을 사용하는 주사위는 모두 패널티 주사위가 적용됩니다. 지능/정신력/교육 판정 등은 일반 주사위로 굴립니다.
강 열:
무슨 생각을 해야할 때 같은데,
다른 건 다 상관없고 담교일 나이 먹은 모습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그때, 다시 한번 기묘한 시선을 느낍니다.
아, 기차역에서도 느꼈던 시선입니다.
시선 때문에 뒤돌아봤을 때는 담교일이 거기 서 있었죠.
카샤 (GM):관찰력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강 열은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을 발견합니다.
모자 아래로 눈이 마주치자,
그 남자는 사악하게 웃습니다.
길게 벌어지는 웃음에 한기가 듭니다.
담교일:(열이의 시선을 따라 옮기자 보이는 남자에 열이의 귓가에 가까이) …아는 사람입니까?
강 열:...아까 그, 호텔에서 마주친 사람 아니예요? (직원들이 떠들어대던..., 오싹한 기분에 말끝을 줄였다.)
담교일:…뭔가, 수상하군요. 아까부터 미묘하게 따라붙던 시선도 그렇고… 말 걸어 볼까요.
강 열:일단... 좋아요. 한번 물어보기로 해요.
담교일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려고 하자,
남자는 흠칫하며 몸을 돌려 도망가려 합니다.
담교일은 어제보다 훨씬 무거운 몸으로 남자를 낚아채보려 하지만, 남자는 거칠게 반항합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이거 놔! 놓으라고!
담교일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인지 남자가 공격을 해오기 시작합니다.
남자가 마력 1를 소모해 마법 공격을 합니다.
카샤 (GM):강 열, 민첩 판정 가능합니다.
강 열:
강 열은 고통과 함께 체력 [1d5]를 잃습니다.
강 열은 고통과 함께 체력 2를 잃습니다.
카샤 (GM):강 열 체력 -2 해주세요.
담교일:
카샤 (GM):강 열 회피 or 민첩 판정 해주세요.
강 열:
남자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강 열을 빗겨 나갑니다.
카샤 (GM):강 열, 근접 다이스 굴려주세요.
강 열:
남자가 마력 2를 소모해 마법 공격을 합니다.
카샤 (GM):강 열, 한 번 더 민첩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담교일에게 붙잡혀 있는 탓일까요, 남자의 공격이 또 빗나갑니다.
카샤 (GM):담교일, 강 열, 근접격투 다이스 굴려주세요.
담교일:
강 열:
싸움이라곤 해본적이 별로 없는데다가, 상대는 마법까지 쓰니, 공격이 쉽지 않습니다.
남자가 강 열을 향해 한 번 더 마력 2를 소모해 마법 공격을 합니다.
카샤 (GM):강 열, 민첩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카샤 (GM):강 열, 담교일 근접 판정
담교일:
강 열:
담교일의 주먹질이 버둥거리던 남자의 얼굴에 간신히 내리꽂힙니다.
카샤 (GM):남자, 체력 -4 감소
주먹에 맞은 탓인지 남자가 헤롱거리며 정신을 못차립니다.
카샤 (GM):한 번 더 근접 격투 판정.
강 열:
담교일:
남자가 마력 1를 소모해 마법 공격을 합니다.
카샤 (GM):강 열, 담교일 민첩 판정.
담교일:
강 열:
강 열은 고통과 함께 체력 3를 잃습니다.
카샤 (GM):강 열, 체력 3 감소
강 열:
담교일:
남자는 체력이 얼마남지 않았는지 헉헉거립니다.
남자가 마력 2와 이성1을 소모해 보이지 않은 끝으로 단단히 묶습니다.
담교일:
남자의 공격이 실패하자, 남자는 저항을 포기합니다.
아무래도 체력이 다 떨어진 탓이겠죠.
두 사람은 검은 모자를 쓴 남자를 제압합니다.
몸싸움 끝에 모자가 휙 떨어집니다.
드러난 얼굴엔 간사하고 사악한 작자라고 쓰여있는 듯합니다.
생김새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비열하게 웃는 저 표정 때문입니다.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물어도 찢어질 듯 웃어댈 뿐입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아아! 저주가 성공적이었구나. 제대로 작동했어!
그는 자신의 성공에 도취해 미치광이 같은 소리만 늘어놓습니다.
제대로 된 대화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담교일과 강 열의 불가사의한 상황이 이 작자의 수작이란 겁니다.
담교일:(남자를 내리누른채)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조금 짜증이 섞인 말투를 내뱉는다.)
강 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인상을 찌푸리며 헛웃음을 짓는다.) 저희의 목숨이라니.
담교일:(가만 남자가 떠드는 걸 듣다가 시끄러웠는지 손으로 입을 막는다.) 그러니까, 이 사람의 저주로 저희가 이렇게 늙었다…라는 거 같은데. 보석은 또 무슨 소리인지….
강 열:보석... 우리 무슨, 보석같은거 본적 있어요? (뺨을 긁적이며 미간을 구겼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나이가 더 먹은 몸으로 한바탕 구르고 나니 여기저기가 아팠다.)
담교일이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재차 물어도
남자는 저주가 성공했고, 두 사람의 목숨으로 보석을 다스리려고 한다고만 말합니다.
무슨 보석이냐고 물어도, 위대한 힘을 지녔다는 말만 반복하네요.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면서도, 해결 방법만은 연거푸 물어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주라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실제로 더 불가능한 일을 보았으니 부정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버둥거리던 남자의 몸에서 툭, 무언가 떨어집니다.
낡은 구리 열쇠입니다.
[1101]이라고 적힌 태그가 붙어 있는.
직원에게 들은 말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이 남자는 체크인한 후, 시종일관 객실에 처박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기간이 무려 1년입니다.
그렇다면 이 저주니 뭐니 하는 것의 작당도 객실에서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 두 사람이 가야 할 곳은 우리의 객실도, 기차역도, 다른 관광지도 아닌, 남의 객실입니다.
터무니없지만,
여름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담교일:(남자를 놓아주고는) 저주니 뭐니 떠드는게, 경찰에 넘겨도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열쇠를 주워 들었다.) …가볼까요. 여기로.
강 열:...일단 가봐요, 그럼. (남자를 내려다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긴 마법을 쓰는것 까지 봤는데 무슨 상황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네 손을 부러 꽉 잡으며 발을 뗐다.) 가면. 뭐라도 발견 하겠죠.
담교일:(와중에도 맞잡은 손을 꼭 쥐어 잡는다.) …그냥 휴가 왔을 뿐인데, 별 일을 다 겪는군요. (조금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호텔로 걸음을 옮긴다.)
강 열:(잡은 손에 서로 미묘한 주름이 느껴졌다. 살이 둘다 조금씩 빠졌다는 것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있는건가, 싶어 쓰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요.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는 걸음이 빠르다.)
담교일:(손끝으로 만져보는 제 얼굴은, 심할정도로 주름이 느껴져 민망하기 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잘생겼다고 말해주는 너는 나 못지 않은 콩깍지가 씌인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로) 열 씨도, 나이가 들어도 예쁘고 잘생겼습니다. 미중년이네요.
강 열:...빈말이라도 감사하네요. (아직 제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 주름이 졌다는걸 알 수 있었다. 손등만 봐도 그러니까. 갑작스레 다가온 시간의 흐름이 아직도 꿈결같이 현실감이 없었다. 다만 벌써 도착한 호텔앞에서, 괜히 심호흡을 한번 했고.) 들어가요.
담교일:예, 그러죠. (긴장되어 보이는 네 모습에 긴장을 풀라는 듯 손을 꾹 잡아준다. 이게 믿음을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호텔로 들어서서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11층 버튼을 힘주어 눌렀다.)
1101호에 두 사람이 도착합니다.
문밖에서 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해 보입니다.
열쇠를 사용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01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음산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오래도록 청소하지 않았다더니,
먼지가 자욱하고 온갖 종이며 쓰레기 따위가 방에 뒹굴고 있습니다.
걱정과 달리 일행이라던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방 내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벽, 바닥, 침대가 눈에 띄네요.
강 열:...쓰레기장이네요, 이정도면. (분명 둘이 묵었던 숙소는 단정하고 깔끔했는데, 얼마나 청소를 안했으면. 인상을 찡그리다 일단 벽을 살펴봤다.)
603호와 같은 색의 벽지.
그러나 그 위로 온갖 기하학적인 선과 면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림인지 문양인지 모를 것들이 정신없이 산개해 벽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된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유를 몰라 더 불쾌한 공포가 발치를 기어오릅니다.
카샤 (GM):강 열, 이성판정 (0/1)
강 열:
강 열:(벽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속이 울렁거렸다. 무슨 흑마법, 뭐 그런건가? 책에서 동화처럼 나오던 얘기 같기도 하고. 얼른 벽에서 시선을 돌리며 바닥을 살폈다.)
종이와 쓰레기, 잡동사니가 섞여 있습니다.
구겨진 종이, 책, 다 먹은 컵라면, 안경, 이면지, 담요, 직직 그어진 종이, 부러진 나무젓가락, 엎어진 컵…….
종이와 책에 무언가 적혀 있을까요?
강 열:(종이들을 다 주워담아 한장씩 넘겨펼치며 살펴봤다.)
오래된 기사의 스크랩입니다.
10년도 더 전에 발행된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을 제보한다기보단,
신문 귀퉁이에 쓰인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타달린에는 불로불사의 샘이 있다?〉
숲에서 들어본 그 샘의 전설이 적혀 있습니다.
카샤 (GM):
=
카샤 (GM):
=
강 열:교일 씨. 이거 좀 보실래요. (네게 손짓하며 종이를 건네며 책을 집어들어 펼쳤다.) 이거, 아까 저희가 들었던 샘의 얘기 같아요.
카샤 (GM):천문학 또는 교육 판정 가능합니다!
강 열:
얽힌 나무는 연리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숲에는 백조도, 거문고도, 독수리도 없었는데.
다른 곳도 살펴볼까요?
강 열:이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독수리라도 어디서 잡아와야 하는지 싶네요. (바람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침대를 뒤졌다. 뭐라도 있으려나.)
아무렇게나 구겨진 이불과 베개가 보입니다.
침대 아래엔 보석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안에 든 것은 푸른 보석입니다.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와는 전혀 다릅니다.
물처럼 울렁거리지만, 전혀 다른,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습니다.
아름답다기보단 기괴할 지경입니다.
카샤 (GM):강 열, 이성 판정 (0/1)
강 열:
카샤 (GM):자료 조사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구겨진 종이, 버려진 종이, 찢어진 종이.
온갖 종이를 들춰보던 중 주문 운명의 수레바퀴를 발견합니다.
종이에는 남자의 말대로 주문은 해주할 방법이 없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카샤 (GM):지능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정말로 해주할 수 없다면 패널티가 쓰여있을 리가 없습니다.
다시 읽어보세요.
사랑을 끝내면 벗어날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강제로 끝낼 수만 있다면.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마음인 건 차치하고요.
읽어볼까요?
강 열:(일단...책을 들어서 읽어본다.)
조잡하게 만들어진 일지입니다.
대충 훑어보면 엉망진창의 악필로 보석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아까 그 남자가 말하던 ‘보석’인 모양입니다.
요약하자면 그것을 어떻게 습득했고,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희생했는가.
그런 내용입니다.
몇 페이지 눈에 띄는 구절이 있습니다.
카샤 (GM):관찰 판정 굴려주세요!
강 열:
강 열은 이 일기를 마지막으로 갑자기 필체가 바뀐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어 쓴 것처럼.
강 열:(필체가 바뀐 부분을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아마 스승과 제자가 이어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저 보석함에 있는게 그... 무서운 보석이라는건데.)
담교일:예, 그러네요…. (아까의 그 종이를 다시 들어보며) 그러니까, 그 샘이… 망각의 샘이라는 거고. 백조, 거문고, 독수리… 이거 혹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별자리아닐까 싶은데요.
강 열:별자리요? 아. 그러고보니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맞는것 같아요. (대단하다는듯 당신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별자리의 선대로 가면, 샘이 있을지도 모른다.)
담교일:예, 그러죠. (보석함과 보석을 챙겨 가방에 넣고 짐더미를 뒤적거린다.) 어디… 지도가 있을법도 한데.
강 열:우리 심박수가 너무 높았나보네요. (애써 농담을 내밀며 짐더미를 같이 뒤적거렸다.) 적당히 좀, 좋아할걸 그랬어요.
담교일:…그러네요. (아마 그 심박수가 높아지는 것 자체도 저주일 가능성이 높지만, 굳이 이 말은 꺼내지 않은 채 짐을 뒤적거린다.)
먼지 사이를 헤집다가 강 열은 타달린의 지도를 발견합니다.
거기엔 연리지를 기준으로 삼각형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대로 따라가면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연지리를 향해 걸으며 생각합니다.
망각의 샘물을 마신다면 분명히 모든 걸 잊을 수 있겠죠.
이 여름의 풋사랑마저 그럴 것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를 사랑할 수는 없을 테니, 주문 또한 중간에 파기될 것이고요.
그렇다면 전부……
없던 일이 됩니다.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버려진 기찻길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지금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바꿀 선로의 교차점에 서 있으니까.
굴러가기 시작한 바퀴를 멈출 수 없다면,
그래서 그 끝이 잘못된 종착역이라면,
선로를 바꿔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는 가운데 쿵쿵, 심장은 여전히 뜁니다.
담교일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사이 한 폭 더 늙은 모습입니다.
노인이 되기 직전의 얼굴.
머리카락은 빛이 바래 희끄무레한 색을 띱니다.
깊어진 주름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토록 재촉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슴에서 일렁이는 것은 사랑입니다.
비상식적인 사랑은
이성을 잡아먹고
목숨을 갉아먹으며
이미 이만큼 자라 버렸습니다.
카샤 (GM):정신력 판정 해주세요.
강 열:
당신과 함께라면 죽어도 좋아.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랑을 포기할 바엔 목숨을 버리겠노라고.
세기의 사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나 먼저 입을 떼는 건, 담교일입니다.
담교일:당신은,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습니까?
우리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할 확률을 구하시오.
이성적인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0에 수렴할 겁니다.
그 많은 사람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겠어요.
발견한들 또다시 손을 스치겠어요?
손을 스친들 다시 한번 가슴이 설레겠어요?
전부 잊어버린 후 다시 반할 확률은 더 낮습니다.
이 한 번도 기적이 아니라 악당의 수작이었는데,
두 번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담교일과 강 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죠.
당신은, 이 사랑을 한 여름의 추억으로 남기고 기꺼이 잊겠습니까?
아니면, 이 사랑을 기꺼이 고집하시겠습니까?
담교일:(나즈막히 웃는 어느새 노인의 품을 한 얼굴이다.)
강 열:그러니까 당신은…, 선택을 하자는 거네요. (희미하게 웃으며 다시 손을 맞잡는다. 첫눈에 반할 확률. 정말 그건 0에 가까울 수치였다. 우리가 이대로 샘에 가지 않는다면 남은 여생을 당신과 평생 사랑하며 보내겠지. 시간이 너무 짧았다. 더 일찍, 아예 어릴적부터 만나버렸어야 했는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선선한 여름 바람에 느리게 눈을 깜박인다.)
담교일:(과연 제 번호를 적힌 종이를 보고도, 기억을 잃은 네가 나를 찾을 수 있을까. 평소라면 그런게 가능할 일 있냐며 조소를 날일 일이었을테지만, 어쩐지 믿음이 있었다. 너와 같은. 그러니까, 다 잊더라도, 분명히 또 운명처럼 너를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 너를 만나기만 한다면, 이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면, 또 다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일은 없겠지. 이게 비록 모두 신의 농간이고 저주고 장난이었다 쳐도, 너를 향한 마음은 분명히 진심이었음을 의심하지 않기에. 받아든 종이에 제 번호를 정갈하게 적어 네 손에 쥐어준다. 곱게 접은 종이에 적힌 것은 비단 번호뿐만이 아니었다. 담교일의 마음과, 그리고 다시 만날거라는 믿음. 만나자는 무언의 야속.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잉크로 함께 적혀있었음 틀림없다.) 저 역시 잊지 않을테니, 잊어도, 분명히 다시 기억할 수 있을테니, 반드시 연락주셔야 합니다.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입가에, 얼굴에 띄워져 있었다.) 가볼까요, 샘으로.
강 열:(이 종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남을 수도 있고. 받아든 종이를 주머니 깊숙한 곳에 곱게 접어 넣어놓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이런 농담도 칠 만큼.) 가봐요. 그 샘, 맛있다고 적혀 있었다구요.
저 너머로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사랑보다 붉은 해가 바다로 투신합니다.
모든 불씨가 꺼지면 잿더미와 같은 밤이 올 겁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을 밟는 소리를 내며 두 개의 걸음이 나란히 걷습니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먼발치에서 울어댑니다.
귓가에 이명이 도는 것 같습니다.
함께 걷고 있을 뿐인데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쿵, 쿵.
누구의 것이라고 구별할 수 없는 박동이 교차합니다.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잡아서는 안 된단 생각이 듭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것처럼 빈손이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산길을 걷습니다.
올라갈수록 인기척은 줄고 나뭇잎만 무성합니다.
세계에 덩그러니 둘만 남은 것처럼.
.
.
.
얼마나 걸었을까.
정상에 다다랐는지 평평한 공터가 펼쳐집니다.
이미 와본 곳입니다.
풀꽃과 잡초가 전부인 그곳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손을 잡은 두 사람처럼 사이좋은 나무입니다.
언젠간 그 모양이 우리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감상적인 생각은 그만둡시다.
갈 길이 바쁘니까요.
걷는 동안 길인 곳과 길이 아닌 곳이 번갈아 등장합니다.
9걸음을 우선 걷자, 커다란 바위가 보입니다.
부러 조각한 것도 작정하고 세워둔 것도 아닌데 비석처럼 우뚝 서 있습니다.
얼핏 보면 독수리를 닮았습니다.
거기서 다시 100걸음을 걸으면…….
카샤 (GM):듣기 판정 한 번 굴려주세요!
강 열: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늘은 창포꽃 색으로 물들었는데,
그 샘은 선명한 새벽이슬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푸르스름한 보라색을 띤 제비꽃이 샘물을 마시고 모든 걸 잊은 채 생생히 피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피어난 꽃송이가 들판에 널려 있습니다.
샘의 근처엔 제비꽃만 무성합니다.
목을 축이는 동물도 수면에 발을 담근 식물도 없습니다.
.
.
.
한 모금 마시면 제비꽃 향기가 나고 사흘의 피로를 잊게 된다.
샘물을 두 모금 마시면 장미꽃 향기가 나고 삼 년의 피로를 잊게 된다.
샘물을 세 모금 마시면 라일락 향기가 나고 삼십 년의 피로를 잊게 된다.
.
.
.
고작 한 모금이면 됩니다.
선택까진 한 걸음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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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열:... (한 모금. 이걸 마시면 이제 우리는 모르던 사이게 될테다. 샘 주변의 바위에 털썩 주저 앉아서, 당신을 올려다봤다.) 일단 앉아봐요, 저희. 앉아서... 좀. 마음의 준비같은거 있잖아요. 그런거 해요. (실없이 웃으며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담교일:(네 옆에 나란히 앉는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이정도 틈은 괜찮겠지. 네 손을 잡는다.) …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분명히요. (아마도가 아닌, 분명히였다.)
강 열:(시간이 없지만. 고작 몇분, 아니 몇십초 정도는 괜찮겠지. 잡은 손 덕분에 심박수가 올라간들 해도 뭐 어떻나, 싶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서, 다시 만날테니까.) 같이 마실까요. 동시에 마시면 좀, 덜 무서울것 같기도 하고. (가볍게 웃는다. 우리가 첫날밤에 와인을 마셨던 그 날처럼.)
담교일:무섭습니까. (무서울 수도 있겠지. 자신도 마냥 괜찮은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네 미소를 보면은, 다 괜찮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부러 네가 안심이라도 하라는 듯 가벼운 말투로) …룸에서 잔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어요. (하며 맞잡은 손이 떨어진다. 그릇처럼 모은 손을 샘에 가까이 댄다.)
강 열:처음엔... 당신을 못 알아보게 되니까요. (한여름밤의 사랑이 아니였다. 단순히 운명이니까. 그래서 괜찮을거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맞잡은 손을 천천히 풀며 샘의 물을 손으로 떠냈다. 맑은 물이 조금씩 떨어지며 발 끝을 적셨다.)
담교일:……. (대답은 목소리대신 고개의 끄덕임으로 한다. 망설임은 없었다. 손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그 물이 목 아래로 흘러 들어갈때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 열:(당신과 동시에 손에 담긴 물을 천천히,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 와중에도 주머니 속에 넣어진 종이 조각을 생각하면서.)
두 사람 모두 레테의 샘물을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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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스미스에서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눈을 뜨면 옆자리엔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휴가를 맞아 홀로 훌쩍 떠난 여행길이었는 걸요.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눈치챕니다.
컵도 포크도 그릇도 두 개씩 사용했던 흔적이 있거든요.
혼자서 2인분이나 먹어 치웠던 걸까요?
지난밤에는 제법 배가 고팠던 걸지도 모릅니다.
잠에서 덜 깬 탓인지 휴가 내내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모호합니다.
호텔이 너무 편안해서 사흘 동안 꼬박 잠만 잔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밭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음식도 맛있다고…….
그러나 어째선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음, 그러게요.
이게 제일 이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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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에 들려 키를 반납하면 직원이 웃는 얼굴로 묻습니다.
직원: 즐거운 여행 하셨어요?
모르는 사람과 방을 썼다니, 정말로 기억에 없는 일입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착각한 게 아니냐고 물어도 고개를 젓습니다.
오히려 강 열에게 기억나지 않는 거냐고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직원: 먼저 체크아웃한 분도 기억하지 못하시던데…….
말하고 싶지 않으신 거라면 그러셔도 된다고, 직원이 말꼬리를 흐립니다.
기다란 종이봉투에 담긴 티켓을 건네받습니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호텔 스미스에서 나오면 어딘가 다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높이 매달린 시계의 시침이 막 10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기차니 넉넉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면 흰 뭉게구름이 양 떼처럼 뭉쳐 다니는 하늘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납니다.
다행히 강 열이 묵은 호텔 스미스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좀 덥지만, 습하진 않아서 걷기도 괜찮은 날씨죠.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를 따라 걸으면,
삐걱거리는 낡은 역사가 보입니다.
출발할 때 돌아오는 차편까지 예매해뒀으니 시간이 넉넉합니다.
표를 확인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빳빳한 기차표와 함께 작은 종이가 딸려 나옵니다.
담교일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하지만 사진 속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턱이 없습니다.
심지어 사진은 역광을 받아 실루엣만 남아있습니다.
덜컹, 덜컹, 덜컹.
기차가 떠나는지 바닥까지 흔들립니다.
왠지 신경 쓰입니다.
어쩐지 낯익은 사람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같은 방을 썼다던 그 사람?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게 흔들립니다.
그래도 이제 와서 찾을 방법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미 타달린을 떠났다고 했으니까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갈무리하고 역으로 내려가면 평범한 기차역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미 들어온 기차가 출발한 준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강 열의 기차는 이다음 차편입니다.
사람들은 바삐 짐을 싣고 몸을 태우며 떠날 준비를 합니다.
역무원이 사람들이 다 탄 것을 확인하고 기차의 옆면을 두들깁니다.
그때, 누군가 역의 계단을 시끄럽게 뛰어 내려옵니다.
"잠시만요!"
그러나 기차는 이미 출발했습니다.
놓친 캐리어만 부서질 듯 계단을 구릅니다.
설상가상으로 입구가 열려 팸플릿, 기차표, 열쇠나 자잘한 소지품이 이리저리 쏟아져 엉망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강 열의 발치에 굴러옵니다.
물건을 주우며 쫓아오던 담교일이 시선을 듭니다.
시선은 당연한 순서로 강 열과 마주치고……
강렬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그 다음 말이 나온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순서였습니다.
담교일:우리 어디서 본 적 없습니까?
예측불허의 운명은 폭풍처럼 우리를 휩쓸고 지나갑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더라도.
.
.
.
1960. 06. 29, 타달린 기차역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운명을 시작하며.
ED 2. 예측불허 운명론
담교일, 강 열 생환.

기준치: | 95/47/19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네? 저 말씀이세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미묘하게 웃으며 짐가방을 들고 네 옆에서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 나간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또 만나다니 신기해서.
절대 따라온 것은 아닙니다. (어쩐지 강조한다.)

저랑 같은거 드시네요. 샌드위치.



타시는 곳이, 이쪽 근처입니까?

(문득 그러고보니 당신의 이름도 물어본 적이 없다. 그쪽은요, 하고 다시 물어보려다 말며 입을 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사실 이렇게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닌데도, 당신은 유독 말하기 편했다. 이름까지 먼저 물어볼 만큼.)


기준치: | 65/32/13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시 뵙네요.



(문득 당신을 힐끔거린다. 잠시 눈을 굴리다 먼저 오른쪽으로 비켜섰다.) 같이 드실래요, 담... 교일씨?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풍경을 잠시 바라본다. 이상하게도 아까는 이런 무료한 느낌이 아니였던것 같은데.)

해바라기 밭하고 연리지 나무가 유명하던데요.

담교일 씨는요?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얽혀 자라는 나무라던데… 궁금해서요.
그런 게 흔한 경우는 아니니까요.



그..., 같이 보러 가실래요? 그거. (이렇게 말도 안되는 말로 얼버무리는게 바로 후회 됐지만.)


기준치: | 65/32/13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숙소는 어디로 정하셨어요?


만나도, 좋을것 같아요.


또 만나요, 교일 씨.

(살짝 웃으며 쓰레기를 버리고 자신의 칸으로 이동하여 네 시야에서 사라진다.)



딱히 살금살금…걷지는 않았습니다.



같이 가실래요? ...혼자 가기엔 좀 무섭기도 했는데. 워낙 도로 한복판이라.


잠시만 와 주시겠어요?

두 분이 동시에 같은 방을 예약하셨어요.


저는 뭐..., 그냥 소파에서 자도 괜찮긴 한데.



(물론, 기왕이면 너와 함께.) 먼저 엘리베이터 좀 잡아주시겠습니까?


저 아무데서나 잘 자서요. 일단... 소파 크기도 안 맞으실것 같고요.


... 저 그래도 얌전히 자는 편인데.
불편하지 않으시면, 그냥 침대에서 같이. 잘까요?



짐 정리 끝나면, 밥 먹으러 갈까요.

뭐 먹을까요. 좋아하시는거 있으세요?

괜찮으실까요?

저녁은 여기서 먹을까요. 그럼?


먹을만 하실 거예요.
다시 한번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녁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일단 먹을까요? 더 늦기전에.

…열 씨는, 무슨 일을 합니까? 실례가 된다면 굳이 답 안해주셔도 됩니다.





여기서 교일 씨를 만난게, 제법 행운같고요.


내일은, 그 나무를 보러가세요?

아. 여기 해변가랑 이제 쓰지 않는 기찻길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입을 닫고 오물거리며 말하느라 발음이 약간 뭉개졌다.) 작은 마을인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죠.

바쁘지 않으시면..., 같이 가요. 우리 이제 룸메이트잖아요. (이렇게 시답잖은 이유를 덧붙이며 와인잔을 매만졌다.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이 여행이 끝나면 못 볼지도 모르니까.)


아침에, 저 좀 깨워주세요. 그럼.








(나지막히 웃는다. 챙, 하며 유리잔이 부딪힌다.) 정말로요.


저도 하나 집어주세요. 하나만.


여름이 좋아질것 같아요. 작년보다 말이죠.


교일 씨는요. 좀 더 드릴까요?




교일 씨. ...벌써 다 치우셨어요? (수건으로 머릿칼을 덮고 나왔더니, 이미 다 정리된 테이블에 벙벙한 얼굴이 됐다.) 저 그래도 금방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먼저 자라는건지 한번쯤은 억울하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걸 당신이 알리는 없지. 욕실 안으로 사라진 당신의 그림자를 보다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침대에 푹, 드러누웠다. 그러다 당신의 말이 떠올라서 데구르르 굴러 벽 쪽에 붙었고.)





기준치: | 65/32/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강 열은 문득 어느 손길에 눈을 뜹니다.






그래도, 깨워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좋네요.


(저도 얼른 다녀올게요. 귀여운 까치집이였던 머릿칼이 어제처럼 단정해진 모습도 좋았다. 이거 그냥 콩깍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눈을 한번 굴리며, 욕실로 들어섰다. 찬물로 세수를 해야겠네.)



어떻게 할까요? (복도로 나오며 뒤를 돌아 신발을 신는 널 보며 묻는다.)

...제가 자전거를 못 타네요. 버스가 좋겠어요. (머쓱한 얼굴로 머릿칼을 문질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릴적에 배워둘걸.)






(그러다 문득, 네 카메라 가방에 시선이 닿았다.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들고 있었지.) 사진 찍는걸, 좋아하시나봐요.








(사드릴거예요. 괜히 다른 말이 더 나오기 전에 아주 조금은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별거 아니지만, 당신은 왠지 괜찮다고 할것 같아서.(



지금 되게 예뻐요, 담교일 씨.


찍을게요. 한번 서 보세요, 교일 씨. (서너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렌즈에 당신을 담는다. 움푹히 파인 촬영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잘 나왔어요. 나중에 인화하면 좋겠다. 그렇죠.




오길 잘 한거 같아요. 원래라면 그냥, 사진으로만 보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는데.


기준치: | 55/27/11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그런 낭만을 꿈 꿀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의외입니다.



날씨가 좋네요. 아까는 조금 더웠는데 말예요. (해바라기 밭에서 받은 햇빛 때문인지 얼굴이 조금 붉다. 차가운 손으로 식히면서 너스레 떨듯 웃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궁금하잖아요. (작게 미소지으며 웃는다.)

안녕하세요. 아까 말씀하신, 그 샘이 뭐예요?


보기 좋구먼!


그런데 제가 좀… 체력이 안 좋아서. 뭐하면 먼저 올라가셔도 돼요. (머쓱히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기준치: | 45/22/9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그, 혹시... 한번만 잡아 주실 수 있으실까요. 넘어지면...
...아, 아프잖아요. (겨우 생각해낸게 이거란게 참... 바보 같기도 하고...)




어제부터 이걸 보고 싶어하셨죠, 그러고 보니까.

운명같은거…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 나무를 보니 인연이 될 사람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건가 싶기도 하군요.
(하며 흘끔, 너를 보았다.)

…저도 그런건 믿지 않는데. (말을 줄이며 잠시 입술을 답삭인다. 정상 위의 바람은 선선했다. 머릿칼이 흩어지며 그 사이로 보이는 네 얼굴이 유난히 더… 이상한 말을 뱉고 싶게 만들었고.)
담교일 씨 같은, 그런 분이면 운명이여도 좋을것 같네요.

…근데 볼 게 나무밖에 없긴 하네요. 다 둘러봤으니 내려갈까요.

가요. …여기 오길 잘 한것 같아요. (굳이 사족을 덧붙이며 웃었다. 당신과, 하는 말은 생략했지만.)


같이 보지 않겠습니까? 뒤로 일정이 없으시다면요.
호텔 발코니에서 잘보인다고 직원이 그러던데.

가요. 저 불꽃놀이 보고 싶어요.








아몬드 같은거 좋아하시는구나. 그리고요?






다 고르셨어요?




(미묘하게 들뜬 목소리다.) 이상하긴 하죠. 너무 바빠서 그런거 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가요. 곧 시작하겠어요.


사진도 찍어요, 우리. 불꽃놀이 배경으로.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웃으며 네 손을 가볍게 끌었다.) 들어갈까요, 저희 방.


먼저 씻고 오세요. 제가 해놓을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95/47/19 |
굴림: | 1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저희 어제 조금 피곤했나봐요. 그렇죠.


교일 씨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여긴 여름에나 유명한 곳이라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거금을 내고 빌려선 관광도 안 하고, 계속 방에서 안 나오시지 뭐예요.
그러더니 얼마 전부턴 한 분은 아예 안 보이셔서…….
혹시…… 살인 사건은 아니겠죠?!




손, 잡고 가요. 오늘도.



연락하시깁니다. (하며 시선은 앞으로 둔다.)

기찻길, 어떻게 가죠? 오늘도 버스를 타고 가려나.




좋아요. 담교일 씨랑 하는건 뭐든요.
(잡은 손을 살짝 빼내어 가볍게 팔짱을 꼈다. 좀 더 가까워진 거리에 유독 심장이 뛴다.) 얼른 가요. 산책도 좋아요, 저는.

기준치: | 95/47/19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44 |
판정결과: | 실패 |


… 별로였어요? 아니면 너무 급했나. (한 손으로 입을 막은채로 붉어진 얼굴을 숙였다. 좀 참을걸 그랬나보다.)


저는 … 좋았어요. ……한번 더 하고 싶을 만큼.






이제 나갈까요, 교일 씨.










기준치: | 40/20/8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예전에는 온종일 뛰어다닐 수도 있었는데.









기준치: | 95/47/19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
1
1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신력 판정해주세요!

기준치: | 40/20/8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95/47/19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25/12/5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4 |
담교일 공격 실패
남자가 마력 5와 이성1을 소모해 보이지 않은 끝으로 단단히 묶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25/12/5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0 |

기준치: | 50/25/10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25/12/5 |
굴림: | 3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기준치: | 25/12/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기준치: | 50/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25/12/5 |
굴림: | 1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4 |

기준치: | 25/12/5 |
굴림: | 3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 |

기준치: | 25/12/5 |
굴림: | 3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기준치: | 25/12/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강 열, 담교일 근첩 격투 판정.

기준치: | 25/12/5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3 |

기준치: | 25/12/5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기준치: | 70/35/14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제 나는 스승님을 뛰어넘어, 그 보석을 다스릴 자가 될 거다!
모독적인 진실을 모르는 자들아, 너희의 목숨은 내가 유용하게 사용하마.
어둠에 깃드는 자이시여! 피투성이 혀이자 야수이시고, 비대한 여인이자 검은 남자이신 나의 신이여!
이 종이 드디어 당신의 유산을 받습니다!








...그와중에 교일 씨는 나이가 들어도 잘생겼고요. (애써 가볍게 웃음을 흘린다. 하긴 뭐, 이건 사실이니까.)





기준치: | 64/32/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To GM)rolling D100
(
)
9
9
(To GM)rolling 100
100
100


기준치: | 65/32/13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3/31/12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까 읽어보지 않은 게, 책이 하나 있었던가요?


기준치: | 95/47/19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일단, 그. 샘을... 찾아야 할것같기도 하네요.

얽힌 나무가 백조니까, 백조에서 독수리 자리로 9걸음, 거기에서 100걸음….

보석함은, 일단... 들고 갈까요. 여기 둘 수는 없으니까요.




기준치: | 40/20/8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저는 믿습니다.
이 여름에 이렇게 더운데도, 우연히 당신과 손이 닿았을 때,
정말 놓기 싫었습니다.
그러니까 좀, 멍청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우리, 또 서로에게 반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전화번호를 준다고 했던거 기억나세요. (눈 앞에 보이는 연리지 나무. 천생연분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라면 두번은 또 못 만날리 없지 않을까.) 아쉽잖아요. 우리가 젊을때면,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하면 보낼텐데요. (가만히 웃으며 제 주머니를 뒤적여 네게 쥐어준다. 아까 1101호에서 대뜸 주워온 펜. 별자리라도 그려서 샘에 갈 일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지금 적어주세요. 잊지 않을게요. (제 손바닥을 내밀었다. 우리는 다시 반할 수 있다. 또 서로를 찾아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랑해요, 교일 씨.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마실까요. 우리.


모르는 분과 방을 쓰느라 많이 불편하셨죠. 그래도 다행이에요, 마지막 날에는 방이 비어서.
기차를 오래 타야 하는데, 잠자리가 불편하면 안 되잖아요.
참, 이건 사과의 의미로 드리는 1박 티켓이에요.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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